위키와 집단지성

이선우
이선우 · 인.생.이.모.작.@->---
20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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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번역하고 공부하다보면 특정 인물의 외국어 표기, 생몰년, 사건의 발생 연도 같은 것을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자주 하게 된다. 내가 궁금한 것을 구글에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것은 나무위키와 위키피디아다. 그러면 필요한 정보만 가지고 나오면 되는데 (나도 모르게) 페이지에 들어간 김에 그곳에 적힌 설명을 쭉 읽게 된다. 한국어 위키백과나 나무위키에 올라와 있는 여러 정보 중에는 중국어나 일본어, 영어 위키에 비해 틀린 내용이 많고, 역사나 사상 관련 서술 중에는 일본어/중국어 위키피디아를 번역기에 넣고 돌려서 그냥 올려서 어색한 문장도 많은데, 거기에 더해 서술의 근거가 된 참고문헌을 가지고 오지 않는 바람에 설명이 생략되어 더 이상한 서술이 되어 버린 것들이 많다. 비문이 심각하게 많은 항목들도 있고. 위키피디아/나무위키의 설명을 몇번 읽으며, 위키 시스템에서 진정한 승자는 지식을 많이/정확히 아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이 많은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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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피디아가 인기를 끌 때 함께 유행했던 말이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다. 여러 명이 자신의 지식과 지성을 모아 협력하거나 경쟁을 하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의 집단은 기업이나 이해관계 조직, 군대 같은 기존의 조직과는 다르다. 다양성과 자율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탈중앙적이고 느슨한 집단이다. 좁게는 한 나라에서 넓게는 전세계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지식을 모아 사고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집단지성은 기존 지식 산업이 가지고 있던 권력에서 벗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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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시대가 변하면서 지성, 지식, 전문성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변화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이제 더 빠르고 요약된 정보를 얻길 원한다. 실용성이 강한 정보를 원하고 맥락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은 정보는 피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또, 더 이상 문자에서만 지식을 얻으려 하지도 않는다. 많은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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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사(중국철학) 석사. 박사 준비중. 다각도로 광범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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