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비 지원은 되고, 팩스는 안됩니다.

흥진 · 사회복지, 비영리, NGO
2023/05/11
나는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취업하여 올해로 22년차 된 사회복지사이다. 사회복지관, 연구소, 자활지원센터, 아동복지단체 등 다양한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했고, 최근에는 아동을 지원하는 사회복지법인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의 이직을 고민한 적은 많아도 "사회복지"라는 일  자체를 선택한 것에는 늘 자긍심이 있었다. 나에게 잘 맞는 일이고 보람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끔 대학생들이나 후배들에게 사회복지라는 직업을 자랑스럽게 추천하곤 한다. 얼마전 어떤 책에서 읽으니 "일하는 것 자체가 보상이 되는 일"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돈이나 명예, 어떤 다른 보상이 없어도 그 일을 하는 것 자체가 보상이 되는 일. 그게 나는 사회복지일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사회복지 일을 하면서 수많은 사회복지사를 만났고 함께 일했다. 그런데 얼마전, 내가 이용자 입장이 되어 사회복지사를 만나는 일이 시작되었다. 이런 입장의 변화는 사회복지사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 큰 충격을 주었다.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왔던 사회복지, 그리고 사회복지 현장이 입장과 위치를 바꾸니 이렇게 다르게 다가오는구나. 어떤 때는 너무 고맙고 어떤 때는 너무 열받는. 그 모습이 분명 나의 모습이었을텐데 말이다.

그 시작은 이렇다.
어느 날 내가 다니는 교회에 한 청년이 찾아왔다. 원래 교회 행사가 있으면 종종 오던 장애인단체 청년이었는데 임신을 한 것이다. 그 청년은 시설에서 자라 연고자(가족)가 전혀 없고, 현재는 시설에서 자립해서 지역사회에서 독립해서 살고 있는 상황이라 교회가 좀 도와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 
나서지 않고 조용히 있고 싶었으나 이런 저런 아는 척을 하다가 결국은 그 청년의 지원을 내가 담당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지역사회에서 혼자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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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했고, 일하고 있습니다. 비영리, 시민사회쪽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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