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후계자, 혹은 경쟁자 (1)
2022/07/26
미국의 2024년 대통령 선거를 향한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이 2020년 대선에서 패하지 않았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계속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는 다음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사실상 밝혔고, 공식적으로 이를 선언하는 시점을 조율 중에 있다. 그의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도 출마를 진지하게 고려 중이다.
경쟁과 계산
펜스는 2020년 선거에서 바이든이 승리했다는 선거 결과를 의회에서 공식 승인했다는 이유로 트럼프의 적이 되었다. 부통령이 상원의장을 겸하는 미국 의회 제도에 따라 진행한 절차이고, 각 주에서 올라온 결과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이 부통령에게 없기 때문에 요식 행위에 불과한 절차였지만 트럼프는 "펜스가 선거 결과를 거부할 수 있었다"고 끊임없이 주장해왔다. (법률가들은 트럼프의 주장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펜스 역시 법률 고문들과 상의 후에 결정한 일이었다.) 펜스가 의회에서 트럼프 패배를 공식 승인한 것이 2021년 1월 6일이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을 모아 이 절차를 방해하려 했고, 그 결과 우리가 잘 아는 의회 난입, 폭동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몇 주 동안 상원에서는 1월 6일 조사 청문회를 진행했고, 여름을 보낸 후 9월에 다시 청문회를 속개한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을 조사하는 하원위원회는 온 국민이 시청할 수 있도록 청문회를 저녁 황금시간대(prime time)에 진행하면서 흥행에 성공했고, 그 결과 트럼프라는 개인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정책 때문에 지지했던 공화당 지지자들과 중도층이 끊임없이 나오는 증언에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2024년 대선을 무려 2년 넘게 앞두고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변화로 인한 지지율 출혈을 막으려는 것이다. 대선후보가 되면 의회의 조사를 자신의 출마를 막으려는 정치적 행위로 비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가 출마를 선언할 경우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반트럼프 진영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지지 31%, 반대 60%)은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32%, 60%)과 차이가 없다. 원래 미국의 여당은 대통령 취임 후 2년 만에 치러지는 중간 선거에서 패하는 일이 흔하지만, 바이든의 지지율은 트럼프가 임기 중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했을 때보다 더 낮기 때문에 오는 11월의 선거는 민주당이 참패한다는 게 (공화당, 민주당 모두의) 전망이었다. 하지만 최근 연방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후 앞으로도 계속해서 보수적인 판결을 예고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분노한 여성과 민주당 지지자들이 결집해서 공화당을 선거에서 응징하겠다는 움직임이 보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트럼프까지 다음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면 이미 붙은 불에 기름을 붓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