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도 책임도 빠진 ‘성금’ 봉투… 공허한 엄마의 ‘목숨값’ [엄마가 사라졌다 2화]
2023/10/13
아버지가 집 안으로 뛰어들어 오면서 외쳤다.
“사라졌시야! 현배야, 엄마가 사라졌시야!”
아버지는 여태껏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로 울부짖으면서 한 가지 문장을 반복했다. ‘엄마가 사라졌다’. 밤 10시, 둘째 아들 지현배(가명, 42세) 씨가 욕실에서 씻고 있을 때였다.
현배 씨는 급하게 옷부터 입고 우산도 없이 바깥으로 나갔다. 논밭을 가로질러 수문이 있는 하천 쪽으로 뛰었다. 집에서 500m 정도 가면 엄마가 관리하는 수문이 있다. 약 1시간 30분 전 엄마는 아버지와 함께 수문을 살피러 나갔다.
“엄마! 엄마!”
정신없이 빗속을 뛰어가면서 소리쳤다. 하천 주변에 다다르자 뜀박질 속도가 느려졌다. 폭우로 불어난 흙탕물이 매섭게 흐르고 있었다. 밤눈엔 땅과 하천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을 정도였다. 수문 인근엔 여러 불빛이 모여 있었다. 아버지의 트럭, 그리고 경찰차와 소방차까지.
“형. 엄마가 돌아오지 않아.”
“뭐라고?”
“엄마가… 아버지랑 수문에 갔는데 그 뒤로 돌아오질 않아.”
엄마가 실종됐다. 전남 함평에 시간당 70mm의 폭우가 내린 지난 6월 27일의 일이다.
엄마는 이틀 뒤 실종 지점인 엄다천 학야제수문에서 약 1km 떨어진 곳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지문철(가명, 75세) 씨의 아내이자 두 형제의 어머니인 오혜선(가명, 67세) 씨는 수리시설 감시원(이하 수문감시원)이었다. 수문감시원은 한국농어촌공사와 계약을 맺고 농번기에 수문을 관리한다.
혜선 씨의 사망 이후 쟁점으로 떠오른 건 ‘근로자성 인정 여부’였다. 근로자로 인정돼야 산업재해로 처리되고, 또 농어촌공사가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기 때문이었다.
농어촌공사는 사고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오혜선 씨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수문감시원들과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