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쏘드] 차마 하지 못 한 사과, 그러나 해야 할 사과

설레이는 아침 · 대리쏘드
2023/11/01
마혜진 일러스트레이터

감성이 풍부한 성향의 사람들은 대부분 10월의 마지막 밤의 열병을 앓는다.
술을 한잔이라도 마시고 나면 너나 할 것 없이 10월의 마지막 밤을 흥얼거린다.
여러 해 대리운전을 해 오면서 늘 10월에는 이런 모습과 마주했다.

내 또래의 점잖은 모습의 손님을 만났다.
친구들과 1차 모임을 갖고 2차 모임을 위해 자리를 옮기는 중이었다.
남자 손님들은 대체로 말을 잘 안한다.

하지만 10월이 되면 두서 없이 말을 재법 잘 건내곤 한다.
창 밖을 조용히 내다 보던 손님이 말을 어렵게 꺼낸다.
"저는 술 한잔을 하면 기분이 묘해 지네요 저만 그런가요?"
"네 감성이 풍부하신 편이신가 봅니다?"
"네 그런 편입니다"
"네 저와 비슷한 성향이시군요. 혹시 길을 걷다가 이름 모를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면 
발길을 멈추시는 편인가요?"
"네 저도 그런 편입니다"
"가을을 좀 타시는 편이시군요"
"아, 네 그런것 같아요"

손님은 잠시 창 밖을 다시 한번 내다 보고 말을 이어갔다.
"마음 한 켠에 응어리가 하나 쯤 있어서 더욱 그런것 같아요"
"네 저도 어릴 적 불우했던 기억들이 느닷없이 감정을 건드릴 때가 있습니다"
"저도 아버지와 관계가 매우 안 좋았는데 저도 그렇게 싫어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반복 하더라구요"
"네 저도 아들에게는 태어나는 순간 부터 손찌검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 놓고도 
손찌검을 하고 말았답니다"
"저도 그랬어요"
"아들이 중1,2때 인가 그날도 손찌검을 했는데 순간 아들의 눈 빛이 변하더니 덤벼 들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순간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냥 끌어안고 미안하다고 했고 다시는 너에게 손찌검을 안 하겠다고 했답니다"
"그런 이 후로도 시간이 날 때 마다 아들에게 손찌검 했던 것을 미안하다고 했더니 사이가 좋아지고 지금은
정말 그렇게도 원했던 친구처럼 편안한 사이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네 저는 챙피하지만 아들에게 맞을 뻔 했어요"
"환갑잔치 때 제 머리채를 잡고 치려고 하더군요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투잡으로 대리운전을 하고 있으며, 대리운전 에피쏘드를 올립니다.
32
팔로워 28
팔로잉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