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적 전업주부 (2)
41년생인 우리 엄마는 56년째 육아를 하고 계신다.
우리 언니들이 모두들 결혼 후에도, 그리고 출산 후에도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엄마가 언니들의 육아를 대신해서 맡아주셨기 때문이다. 엄마가 여섯 딸의 육아를 거의 끝낼 무렵, 그러니까 막내인 내가 중학생이 될 즈음, 둘째언니가 낳은 내 첫 조카의 육아는 자연스럽게(?) 50대 중반이었던 우리 엄마의 몫이 되었다. 언니와 형부가 출근을 하는 아침 7시 반에 시작되는 육아의 하루는 언니나 형부가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7, 8시는 넘어야 끝이났다. 그렇게 시작된 엄마의 육아 2회차는 엄마가 80대가 된 지금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조카 녀석을 돌보는 일로 계속되고 있다.
유치원도 가기 전의 고만고만한 조카녀석 셋을 동시에 돌봐야했을 때는 어설픈 내 손길도 보태야했다. 싸우고 장난치고 난리법석인 아이들 사이에서 대장 노릇을 해야 할 때도 있었고 황혼육아에 지쳐 부모님이 유달리 피곤해보이는 날에는 아이들 손을 잡고 무작정 밖으로 나가서 동네를 몇 바퀴씩 돌곤 했다. 아이들이 동시에 감기라도 걸렸을 때는, 한 녀석은 엄마가 업고 한 녀석은 내가 안고 또 다른 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