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 운동, 강력한 처벌보다 중요한 것(수정)

이의연
이의연 · 교육학 공부하는 대학원생
2022/10/19
   
SPC, 너 사탄 들렸어?

   지난 15일 새벽, 평택의 한 빵 공장에서 20대 노동자 A씨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 기계에 끼어 숨졌다. 하필이면 또래인, 3년이라는 얼추 비슷한 사회생활 경력을 가진 청년의 죽음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속속 드러난 정황은 분노를 넘어선 어떤 복잡한 감정을 만들어냈다.

   사고 발생 직후, 고용노동부에서는 소스 배합 기계 9대 중 안전장치가 없는 7대(사고 기계 포함)에 대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사건 다음 날, 공장이 나머지 2대를 정상 가동하자 추가로 작업 정지를 명령했다. 오후였다. 명령이 내려오기 전까지 수 시간 동안 동료 직원들은 A씨의 선혈이 남아있는 장소에서 샌드위치 소스를 만들어야 했다. 문제의 기계는 현장보존을 위해 그 자리에 흰 천으로 덮여 구분되었을 뿐이다.

   이 사건이 벌어지기 일주일 전에는 같은 공장에서 다른 노동자 B씨의 손이 끼이는 사고가 있었다. 기계를 해체해 20분 만에 손을 빼낸 B씨는 병원이 아닌 공장 내 보건실로 보내졌고, 담당자로부터 훈계와 함께 ‘파견직이니 알아서 병원에 가라’는 말을 들었다. B씨는 그 말대로 스스로 택시를 불러 병원에 갔다. 충격적인 사고와 그보다 더 충격적인 정황에 최근 본 드라마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너 사탄 들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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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생, 직장인, 대학원생, 교육학을 공부합니다.세상이 더 나아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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