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라쇼몽: 공무원의 경우(1)

김학준
김학준 인증된 계정 · 어쩌다 분석가
2023/11/21
0.     들어가며
 
나는 아주 운이 좋게도(?) 대학원, 스타트업, 공무원, 대기업이라는 갈팡질팡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 그 덕에, 이번에 난리가 난 행정망 먹통의 건에 대하여, 발주자와 제안사를 모두 경험해본 짧은 개인사에 의거하여 몇 마디를 거들 수 있을 것 같다. 아래는 공공 SI프로젝트의 난점을 각 입장에서 서술해본 것이다. 쓰고 보니, 마치 라쇼몽과 같아서 뭐가 진짜 문제인지 알기가 어렵기에 제목을 또한 그렇게 붙였다.

한편, 아래부터 하는 이야기들은 내가 직접 겪거나 본 여러 사례들을 조합한 것이며, 일부 “본인얘기”같다면 그것은 순전히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힌다.

 
1.     공무원의 경우

    작년 6월에 올린 사업 예산안이 감사와 예타를 거치며 잘려나갔다. 이걸 하겠다고 직전년도에 ISP(정보전략계획)사업을 하기도 했다. 대개 스스로 확신이 없거나, 윗분들을 설득하기 위한 절차처럼 사용하는 것이 ISP사업이다. 사실 이 사업만 하더라도- 스스로 제안요청서(RFP)를 쓰고 사업할만한 이들을 수소문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처음부터 염두에 뒀던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가, 정말이지 간발의 차이로 ‘채‘가버렸다. 
 
    그들이 작성한 예산은 애초부터 빠듯했다. 딥러닝 기술이 필수적인데, 코인채굴 수요가 폭증하면서 gpu값은 ISP결과보고서를 쓴 이후 천정부지로뛰었다. 국정원과 정보보안부서의 규정을 지키려면 이중화가 필수인데, 이 값이면 서버 한 대를 들이기에도 빠듯하다. 실시간 서비스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기에 일배치(batch)로 서빙을 해야 한다. 그마저도 이래가지고는 이중화를 할 수가 없다. 반드시 해야 하기에-누군가를 적자를 봐야 하는 사업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더욱 기가 찬 것은, gpu를 왜 쓰느냐는 기획과 담당자의 핀잔이었다. ‘뭐야 김주임, 서버에서 게임하려고?ㅎㅎㅎ’ 농담이었겠지만 사업상 반드시 필요한 기술요소를 아예 이해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했다. 
 
    마음으로야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김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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