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월드'에서 부모는 전지전능하면서도 무력한 존재?

이슬기 · 양육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봅니다.
2023/04/14
“아직도 손가락 빠는 건 심리적으로 뭐가 채워지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니니? 오은영 박사님이 그러는데 애 문제는 거의 부모 문제라더라. <금쪽같은 내 새끼>에 손 빠는 애 이야기가 나오던데 한번 찾아봐.”
졸리거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을 때 손가락을 빠는 나의 아이를 보며, 엄마가 걱정스레 말했다. 손가락 빠는 것에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하나, 이 정도면 됐지 엄마 노릇을 얼마나 더 잘해야 하나…, 엄마에게 반박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 오은영 박사가 그랬다는데, 내가 뭐라고 그의 권위에 반박하나 싶어서.
 
내가 아이를 낳고 육아에 허우적대던 시기는 소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국민 육아 멘토’로 성장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은영 박사님이 그러는데’로 시작하는 육아 조언에 툴툴대면서도, 나 역시 오은영 박사가 육아 솔루션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인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이하 금쪽같은 내 새끼)를 즐겨보았다. 2020년 방영을 시작한 <금쪽같은 내 새끼>가 많은 화제를 불러오자,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를 비롯해, SBS <서클 하우스>, KBS2 <오케이? 오케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이하 결혼 지옥) 등 오은영 박사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이 앞다투어 방영을 시작했다. 그 사이 나의 아이는 자연스레 손 빨기를 그만두었고, 오은영 박사의 상담 대상은 아동을 넘어 크고 작은 심리적 문제를 겪는 연예인, 결혼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성인 등으로 확장되었으며, 그는 영향력 있는 전문가를 넘어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되었다.
 
<금쪽같은 내 새끼> 프로그램 포스터 (출처 : 채널A 홈페이지)

오은영 박사의 방송 노출이 잦아지며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방송 출연 아동의 사생활 침해, 자극적 사연 위주의 소비, 전문가 한 명에게 의존하는 방식의 위험성 등이다. 특히 <결혼 지옥>에서 아동 성추행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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