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편견없는 평등주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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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3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문을 여는 첫 문장이다. 정지아 작가는 본인이 직접 겪은 이야기들을 이 소설에 녹여냈다. 빨치산이었던 아버지와 남부군이었던 어머니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인생이 담겼다. 아직 완독하지는 않았는데 다 읽어본 사람들은 시트콤적인 요소가 있어서 실소를 머금게 한다고 평했다.
 
정 작가는 지난 14일 19시 광주 서구 서구문화회관에서 열린 북토크에 참석해서 “한쪽에는 아버지의 동지들이 계셨고 또 한쪽에는 아버지의 고향 친구들이 있었다”면서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쓰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아버지 장례식 때였는데 손님이 많아 제대로 울 시간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장례식이 정말 독특했던 것 같다. 제일 소설스럽다고 생각한 부분은 두 장면이었다. 몸이 불편한 분이 와서 빨갱이가 죽었으면 박수를 쳐야지라고 말하며 침을 뱉었다. 그러자 저 안쪽에서는 원래 좌파들이 말이 많고 시끄럽다. 목소리가 제일 크다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이런 말을 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민족, 통일 해방 이런 소리들이 계속 들렸다. 그래서 아 이거 소설로 쓰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 정지아 작가(왼쪽)와 정의당 강은미 의원(오른쪽)이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강 의원이 주최했다. <사진=윤동욱 기자>
빨갱이 타령과 동시에 민족 통일 타령이 동시에 나오는 장례식 풍경이 상상만 해도 기괴하고 비극적인 것 같다. 그놈의 이념이라는게 대체 뭘까? 정 작가는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케케묵은 이념 타령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고찰의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아버지는 2008년에 돌아가셨는데 사실 소설을 한두 번 쓰다가 엎었다. 우리 아버지는 사회주의자였다. 어쨌든 사회주의는 실제 역사 속에서 막을 내린지 오래다. 이제 실제로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와 노력들은 당연히 계속되어야 한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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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는 언론사입니다. 국회를 출입했던 정치부 기자 출신 30대 청년이 2021년 3월 광주로 내려와서 창간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좋은 기사를 쓰고 싶어서 겁 없이 언론사를 만들었는데요. 컨텐츠 방향성, 취재 인력, 초기 자금, 수익구조, 사무실 등 무엇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좋은 공동체를 위해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언론인의 자세, 이것 하나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끝까지 버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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