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왜 ‘윤석열 색칠놀이’ 제보자 뒤를 쫓아갔을까 [우상의 정원 3화]
2023/08/11
용산어린이정원(서울 용산구 용산동5가) 정문. 그는 신분증을 제출하며, 이름 석 자를 말했다.
“김은희입니다.”
이름을 말하자 직원들이 수군거렸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성은 누군가와 무전기로 대화를 나눴다.
메고 있던 가방을 엑스레이 검사대에 내려놨다. 공항에서 받는 수하물 검사와 비슷한 절차였다. 반입금지 물품을 소지했는지 확인하는 취지. 직전 방문 때도 강도 높은 소지품 검사를 했던 터.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거란 걸 직감했다.
직원은 엑스레이 검사대를 아무 일 없이 통과한 가방을 집어갔다. 가방 지퍼를 열고 소지품을 하나씩 꺼냈다.
분홍색 파일함에 담겨 있는 서류 뭉치도 하나씩 꺼내 문서를 한 장 한 장 살폈다. 용산 미군기지 내 토양오염 실태을 증명하는 자료와 미군기지의 위치를 표기한 지도였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공개된 자료였다. 직원은 투명 파일에 넣어놓은 서류도 가방 밖으로 꺼내 내용을 살펴봤다. 가방 검사는 1분 가까이 진행됐다. 김은희 ‘온전한생태평화공원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대표가 지난달 22일 겪은 일이다.
‘용산 반환부지 임시개방구간 관람 등에 관한 규정’ 제7조에선 반입금지 물품을 명시하고 있다. 주로 주류, 앰프, 확성기, 인화물질 등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물품 등이다.
종이 서류 사이사이에 ‘주류, 앰프, 확성기, 인화물질 등’을 숨길 수 있을 리도 없다. 그런데도 가방 속 문서 한 장 한 장까지 검사하는 것은, 방문객에 대한 통상적인 소지품 검사와는 차원이 다른 수위다.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자도 이달 1일 용산어린이정원을 직접 방문했지만, 소지품 검사는 ‘반입금지 물품’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다.
김은희 대표는 자신과 일행들에게만 유난스러웠던(?) 소지품 검사 모습을 영상으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