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하지 않는 살인… 이 죽음은 끝날 것 같지 않았다 [회사에 괴물이 산다 13화]

진실탐사그룹 셜록
진실탐사그룹 셜록 인증된 계정 · 알리고, 퍼트리고, 해결합니다
2024/10/04
[지난 이야기]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상사 때문에 괴롭다고 대성통곡하던 동생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출퇴근 기록이 찍힌 교통카드 내역을 언니의 이메일로 보내놓고서. 그것은 비밀의 문을 여는 열쇠이자, 꼭 진실을 밝혀달라는 간절한 부탁이었다. 언니 장향미(45) 씨는 동생의 죽음이 “동생의 문제만은 아니”란 걸 알게 됐다. 언니의 긴 싸움이 시작됐다.

향미 씨는 동생이 떠나고 나서 세 달 동안 동생의 동료들을 만나면서, 동생의 과로자살은 회사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회사는 과로죽음을 인정하지 않았다. 향미 씨는 제일 먼저 증거보전신청을 하고 회사에 동생의 출퇴근 기록과 업무일지 등을 요구했다.

회사는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기록을 줄 수 없다고 했다. 증거보전신청 소송에서 향미 씨가 이기자, 그제야 기한 직전, 그것도 출근 기록이 아니라 동생의 컴퓨터 로그 기록(시스템 접속 기록)을 A4용지에 인쇄해서 보내왔다. 모두 966장이었다. ‘엿 먹으라’는 걸로밖에 읽히지 않았다.


컴퓨터 로그 기록으로는 출퇴근 시간을 파악할 수 없었다. 업무일지는 대부분 가린 채 제출했고, 면담 기록지와 야근식대와 같은 청구내역은 아예 제출하지 않았다. 이럴 거라고 예상은 했다. 회사가 가해자인데, 증거를 모두 가해자가 가지고 있다. ‘순순히’ 줄 리가 없다. 그렇다 해도 회사의 태도는 예상보다 더 괘씸했다.

인터뷰 내내 작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하던 향미 씨 목소리가 화가 난 듯 점점 커졌다.

“정말 웃긴 게, (회사가) 출퇴근 시간을 기록할 의무가 없어요. 회사가 당당한 것도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이에요. 이 회사가 2016년에 근로감독을 받은 적이 있더라고요. 동생이 떠난 뒤에도 또 똑같은 문제가 있었고요. 세 번이나 고발당했는데 처벌받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노동법은 안 지켜도 되는 거예요.
과로자살 유가족 장향미 씨와의 인터뷰는 지난 8월과 9월 두 차례 진행됐다 ⓒ셜록
향...
진실탐사그룹 셜록
진실탐사그룹 셜록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문제 해결까지 지향하는 탐사보도매체, 진실탐사그룹 셜록입니다
316
팔로워 2.7K
팔로잉 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