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동물원에 가지 않는 이유 - 얼룩말 세로의 탈출
2023/04/03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감옥에서 출소하는 사람들은 높다란 벽 가운데 조그만 철문을 열고 걸어 나온다. 문이 끼익 하고 열리고, 감옥 밖 세상의 햇빛이 눈이 부신 듯 손으로 눈을 가리거나 실눈을 뜬 사람들이 하나씩 나오면 마중 나온 사람들이 다가와 미리 준비한 두부를 건네준다. 내 출소 장면은 그렇게 드라마틱하진 않았다. 함께 출소하는 사람들과 교도소 마당에서 법무부 마크가 찍힌 버스를 타고 육중한 철대문을 지나 담장 밖에서 내렸다. 나는 미처 바깥으로 다 발송하지 못한 책 짐이 두 박스나 되어서 버스에서 가장 마지막에 내리면서 낑낑 대며 박스를 옮겼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고 실형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병역거부자들의 징역은 다른 수감자들에 비해서는 덜 고되었지만, 그래봤자 감옥이었다. 단절감, 고립감, 외로움, 답답함, 내가 느낄 수 있는 부정적인 온갖 감정을 모두 다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감옥을 나오면서 나는 여러 가지를 다짐했는데 오랜 세월이 지나 다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중 한 가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고, 실제로도 그 다짐을 잘 지켜오고 있다. 바로 다시는 동물원에 가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철창에 갇혀 있으면서 동물원 우리에 갇힌 동물들이 떠오르곤 했다. 사실 나는 동물원 동물보다는 상황이 좋은 편이었다. 남극의 펭귄이나 북극곰에게, 혹은 열대 우림에 사는 원숭이에게 동물원은 마치 한국인인 내가 사하라 사막이나 시베리아의 감옥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을 테니까. 철창에 갇혀 있는 신세는 같았지만 철장 너머 나를 보러 온 사람들이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이었던 반면, 동물원 동물들에게는 철창 너머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존재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낯선 존재들이었을 테니. 고통의 크기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지만, 편지를 주고받지도 못하는 그들의 고립감과 외로움은 내가 느낀 감정과 비할 바가 아니었을 거다. 그리고 나는 1년 6개월이 지나면 출소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동물원 동물들은 간혹 다른 동물원으로 이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