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여자들기록팀] 이기지도 지지도 않을 군산의 싸움-3
2023/11/17
이기지도 지지도 않을 군산의 싸움-3
평화는 바람처럼 분다고 믿는 ‘오이’의 이야기
글쓴이. 누리
글쓰기를 전공했고 주로 소설 비평을 공부했으나, 또 다른 분야로도 비평의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유연하지만 정확한 비평을 위해 부지런히 묻는 쓰기를 추구한다. 내부에 갇혀 있지 않고 외부에만 머물지 않는 질문을 고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목소리가 파생되는 여러 관계에서 함께 대화하고 행동하며 살고자 한다.
가장 무섭고 연약한 평화 바람을 위해
팽나무 곁에는 또 다른 생명들도 있다. 사람들이 함께 작물을 심고 기르고 있다는 공동 텃밭이다.
“기지가 죽음의 땅이라면 농사는 살리는 땅이잖아요. 뭐든 어떻게든 더 많이 살려내면, 여기가 기지가 되지 말아야 할 이유와 의미를 우리 손으로 이뤄내는 거잖아요. 정말로, 농사를 시작하고 나서 강제 이주를 당하고 멀리 떠나시지 않고 근처에 머물러 계시던 주민분들이 돌아오셨어요. 다 함께 수확할 것들도 점점 늘면서, 봄에는 나물전을 해 먹고 여름에는 뽕나무에서 딴 오디로 청을 담갔어요.”
오이는 더 많은 팽나무 지킴이를 모으고자 매달 열고 있는 팽팽문화제도 소개했다. 혁명가 엠마 골드만의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미군 기지를 향한 시위이고 집회이자 우리의 축제라는 문화제. 대화 마당, 작은 음악회, 아나바다 장터, 명절 잔치 등을 벌여 사라진 마을 터에 작은 일상의 웃음부터 되살려내는 거대 농사와 같다. 무로 담근 김치를 강정과 성주에 보내기도 한다는 오이의 말을 듣고, 나는 이 싸움의 작고도 큰 몸집을 생각했다. 각 지역에서 지역적으로만 일어나는 듯 느껴졌던 싸움들은, 어느새 전국을 유랑하는 평화바람처럼 끝없이 연결되어 둥근 원을 그리고 있었다.
오이에게 평화운동의 의미를 물었을 때도, 그것이 명사 아닌 동사가 되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평화란 그냥 주어지지 않으니 계속 움직이고 실천해야 해요. 그래...
“평화란 그냥 주어지지 않으니 계속 움직이고 실천해야 해요. 그래...
각자의 위치에서 싸워온 (여)성들의 ‘싸움’을 여러 각도에서 담아 세상에 전하고자 모인 프로젝트 팀입니다. 여덟 명의 필자가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