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2번의 단식… ‘흰옷’ 입은 학생들이 국보법을 이겼다 [국가보안법 '마지막' 인터뷰 3화]
2023/04/28
“최보경 산청지회장 집과 학교에 압수수색.”
경남교육청이 주관한 금강산 통일교육 담당자 연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동료 교사는 자신에게 온 문자 메시지를 보여줬다.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
금강산 남측 출입사무소에서 경남 진주까지는 버스로 8시간. 그는 진주에 도착하면 바로 경찰에 체포되는 걸까, 아니면 가는 길에 경찰이 차를 멈춰 세우고 자신을 체포해가진 않을까 온갖 생각을 하며 마음을 졸였다. 버스 안 텔레비전에서는, 이튿날 있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준비를 알리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최보경은 경남경찰청 보안수사대에 전화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혐의 내용을 묻기도 했으나 구체적인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그때 그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너희가 압수수색까지 해서 나를 국가보안법으로 걸었으니까 최선을 다하라고. 나도 최선을 다할 거라고. 제가 사건 담당자한테 전화해서 진짜 대충 하지 말라고, 제대로 한번 해보자고 그런 말도 했었죠.”
당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잇달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서울과 부산, 전북 등 각지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교사가 등장했다. 경남에서 교육운동과 지역사회 활동을 해온 최보경이 그 다음 ‘타깃’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