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석
남궁석 · SLMS
2023/02/14
지금까지 9화에 걸쳐 단백질 구조 예측과 디자인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의 과정을 다루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까? 생명과학이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국한된 변화뿐만 아닌 넓은 관점에서의 예상을 해보도록 하자.

일단 지금까지 다룬 ‘단백질을 마음대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생물학의 역사에서 어떤 전환점이 되는지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읽는 생물학에서 쓰는 생물학의 시대로의 전환

지금까지의 생물학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대부분 생명 현상이라는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현상을 어떻게 관찰하고 읽어내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다양한 생물을 관찰하고, 이들을 해부하여 내부 구조를 파악하고, 현미경을 통해 세포라는 생물의 기본 단위를 발견하고, 세포를 구성하고 있는 화학 물질을 분석하고, 세포와 생물의 ‘펌웨어’ 라고 할 수 있는 유전 정보가 들어있는 DNA를 발견하여 그 안에 들어 있는 정보를 해독하고, DNA에 들어있는 정보 중 가장 중요한 정보인 단백질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정보를 발견하고, 최종적으로 생명의 부품인 단백질이 어떤 입체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아내는 것까지 달려왔다. 어떻게 보면 아미노산의 서열로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비교적 정확히 유추할 수 있는 알파폴드의 등장은 이러한 과정의 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생명 현상을 원자 수준에서 알아내기 위하여 그 최소 단위까지 나누어 관찰하는 환원주의적인 접근 방식이 현대 생물학의 발전을 이루어 낸 근본 동력이었다. 마치 자동차라는 복잡한 기계의 작동 원리를 알아내기 위해서 부품을 뜯어 개별적인 부품 하나하나까지 목록을 만들고, 그 모양을 정확히 측정하여 정확한 3차원 도면을 그리고, 부품을 구성하는 재료의 화학 성분까지 알아내는 것 같은 것이었다. 생명체에 대한 이러한 환원주의적인 분석은 현실적으로 많은 가치를 창출했다. 수많은 질병의 원인을 찾았고, 비록 모든 질병에 대해서는 아니지만 많은 질병의 해결책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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