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과 권리, 그리고 청년정책.

11월 15일에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전문위원 출범식이 있었습니다. 조금 갑작스럽지만 일자리 분과가 본격 가동되고 첫 회의 주제도 정해졌지요. [불평등]과 [권리]였는데 살짝 막막했습니다. 두 단어는 워낙 큰 단위에서 넓게 쓰이기 때문에 매칭이 잘 안 됐거든요. [일자리의 불평등과 권리를 보완할 정책] 으음, 역시 잘 와닿지 않습니다. 아직 이러한 언어들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겠죠. 하여 아예 처음부터 더듬어 보기로 했습니다. 머릿속에서 최종 목표를 정하는 거죠. 여기에서 최종 목표란 ‘기준에 해당하는 모든 청년이 원하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만드는 일 일겁니다. 이제 골대는 만들었습니다. 다음은 불평등과 권리라는 공을 굴려 골을 넣어야겠군요. 
 
[일자리]와 [권리]라는 단어를 조합하다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노동 교육]입니다. 이건 사실 교육 분과가 따로 있지만, 일자리와 아예 무관하진 않다고 보기에 생각을 슬쩍 제시해봅니다. 최근 연이은 특성화고 현장실습 사망사건을 접하면서, 만약 학교에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가르쳤다면 어땠을까 하는 씁쓸함이 들더라구요. 저 역시 노동교육을 전혀 받지 못해 대형 산재를 당하고 한 푼도 보상받지 못한 채 하루 만에 일터로 복귀했습니다. 이거. 단순히 ‘몰라서 당했다’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노동법이며 권리를 전혀 모른 채 일터에 투입된 노동자. 특히 젊다 못해 어린 사회초년생은 사장이 자기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있습니다. 방패가 존재하는 사실 자체를 모르니 적 입장에선 창으로 아무 곳이나 아무렇게 찌를 수 있죠. 윗세대가 말하는 ‘할 말 다 하는 젊은 놈들’은 대졸자들 얘깁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열아홉에서 스무 살 노동자와 고용인 사이에선 사실상 종속관계가 성립합니다. 사장이 까라면 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스스로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지식. 위계에 저항할 수 있는 방패를 쥐여 줘야 합니다. 부당한 명령에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은 다른 곳에서 오지 않습니다. 배경지식에서 옵니다. 
 
다행히 이번에 이탄희 의원이 대표 발의하신 <청년노동3법> 덕분에, 교육부가 교과 과정에 노동교육을 포함시킬 근거가 생겼죠. 유럽 선진국들은 초등학교부터 노동교육을 시킵니다. 우리나라도 따라가야 합니다. 근데 이 법의 영향을 받는 대상은 아직 청년이 아닌 이들입니다. 미래 세대만 아니라 현재 청년들에게도 노동법 교육이 필요해요. 이걸 어떻게 정책으로 만들까 생각하다 보니, 따로 새로운 걸 만드는 방식보단 정책 곳곳에 삽입하면 어떨까 싶더군요. 직업교육과 관련된 모든 정책의 커리큘럼에 노동법 강의를 포함시키는 방식처럼 말이죠. 일터에 ‘법잘알’ 몇 명 있는 것만으로 고용인의 부당한 요구에 노동자들이 저항할 여력이 생깁니다. 이런 식으로 차츰차츰 노동 교육을 확장시켜 나갔으면 합니다. 동시에 노동법을 잘 모르는 사회초년생 노동자 구제책도 있어야 합니다. 노조가 있는 회사면 이런 대책이 없어도 되지만 대다수 회사엔 노조가 없지요. 중소기업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구요. 여기서 제안 하나. 내일채움공제와 연계입니다. 내일채움공제 대상은 아시다시피 대부분 중소기업. 즉 노동교육 취약계층입니다. 마침 내일채움공제는 일정 금액이 적립될 때마다 공제 대상자에게 문자를 보내주는데요. 이 문자에 대표적인 부당행위 사례와, 부당행위를 당했을 시 대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같이 홍보해주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청년 유니온 같은 곳 말이죠. 따로 비용이 더 드는 게 아니니 이런 식의 개선을 해보는 게 어떨까 싶네요. 
 
다음.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일자리에서의 불평등을 아주 크게 두 조각내면 일자리가 존재하는 위치, 즉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 그리고 첫 일자리가 사실상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하는 구조. 즉 일자리 질의 양극화를 꼽을 수 있을 듯합니다. 우선 첫 번째 문제. 대기업 본사 94%가 수도권에 있다는 건 모두 아실 겁니다. 수도권이 압도적인 인력풀과 부를 몽땅 쥐고 있으니 기존 대기업들은 수도권 밖에다 사업 차릴 엄두를 못 냅니다. 시도가 없었던 거 아닙니다. 온갖 기업이 인재를 지방에 뿌리박게 하려 고액 연봉도 뿌려보고 자리도 보장해봤지만 실패했어요.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부동산도 있고, 문화의 차이도 있지만, 결정타는 개인 발전이 제한 당한다는 점입니다. 고숙련 일자리에 종사하는 인재들은 서로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발전합니다. 지방은 이게 안 됩니다. 제 암만 줌 회의가 대중화되고 메타버스가 발전한들 직접 만나는 일에 비할 순 없습니다. 대기업은 지방에 회사를 차리면 기껏 키워놓은 인재가 금방 나갈 확률이 높음을 압니다. 결국 답은 단기책으론 창업과 중소기업 R&D 활성화, 장기책으론 청년이 지역에 뿌리박을 수 있는 상생형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하는 일이겠지요. 이 부분에 대해선 전문분야가 아닌지라 문제제기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일자리 질의 양극화는 더욱 심각합니다. 제가 늘 말하는 15%의 성과 85%의 평야 문제는 숫자로 들어가면 그 격차가 확 드러납니다. 지금 한국은 종업원 500인 이상 대기업 대비 평균임금 비중이 54.2%입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면 대기업 절반 밖에 못 번다는 겁니다. 미국, 일본, 프랑스는 이 비율이 각각 88.7%, 88.1%, 72.8%거든요. 본래 타 선진국 수준은 됐는데 IMF 이후 완전히 벌어진 셈이지요. 임금만 봐도 벌써 두 배 차인데 세세하게 들어가면 더합니다. 고용안정, 사내복지, 근로시간, 산재대응, 노조유무, 모든 면에서 중소기업이 열악한 와중에, 가장 큰 문제는 경력 사다리의 유무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경력은 쓰임새부터가 완전 다릅니다. 대기업 입사자는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이직하거나 연봉 협상력을 갖추게 됩니다. 반면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세월만 보낸 채 계속 최저임금의 챗바퀴를 돌리게 됩니다. 
 
 여기서 더 바닥으로 가려면 남녀 문제를 넣어보면 됩니다. 물론 여성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게임입니다.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제외해놓고 보더라도 문제가 심각합니다. 여성들의 일자리란 주로 취약 노동시장. 단기직과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습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이 차이는 더 크게 두드러지지요. 제조업이 호황기고 부동산 거품이 심하지 않았을 때는 그나마 일터로 나가는 남성, 가정을 책임지는 여성의 가족 모델로 타협이나마 가능했지만, 이 모델이 붕괴하고 각자도생 사회가 되면서 무너져있던 균형추가 아예 기울어버렸습니다. 지방 제조업 기반 도시에서 이 문제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중소기업이 암만 도찐개찐이라지만 남성은 나이와 근속년수가 차면 형식적 승진이 됩니다. 여성은 이조차 안 됩니다. 즉 최하위 계층의 여성은 지방에서 독립생존이 대단히 힘듭니다. 
 
저는 정부가 최하층 청년여성에 한해서라도 강제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만. 남녀갈등이 극한에 달한 현 시점에선 쉽지 않겠지요. 그리하여 제가 떠올린 최하층 지원책 중 하나는 다소 뜬금없습니다만. 공공근로 개편입니다. 아예 공공근로의 기간을 1년으로 길게 잡습니다. 노동시간은 4시간으로 잡는 대신 6시간에 준하는 임금을 줍니다. 여기에 취업성공패키지를 붙여서 일과 노동을 병행. 최소한의 수입과 교육을 보장해주는 대신. 청년 일인당 단 한 번만 신청할 수 있는 제도로 만드는 거죠. 물론 1년으로 전문적인 직업교육은 불가능합니다. 노림수는 직업교육보단 스펙. 자격증 확보를 가능케 해서 일자리 진입장벽을 조금이라도 낮춰주는 걸 목적으로 해야 할 테지요. 땜빵정책이라 욕할 분들이 있겠습니다만. 그 땜빵이라도 안 하면 지방은 죽습니다. 
 
짧은 머리로 자잘한 단상을 내놓아보았습니다만. 결국 제대로 된 해법은 남녀 가리지 않고, 경력 사다리를 밟아나갈 수 있으며, 적정임금과 노동시간이 보장되는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는 일입니다. 이건 너무 거대한 이야기죠. 정책만으론 한계가 있습니다. 최근 광주형 일자리의 설계자인 박명준 박사님. 박병규 전 광주경제부시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중입니다. 광주 글로벌 모터스 노동자 평균 나이가 28세라고 하더군요. 저는 이러한 상생형 일자리의 발전이 지방 존속과 더불어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해법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계속 배워 나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