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교사 에세이] "너, 블랙기업에 다녔던 것 아니야?“

가넷
가넷 인증된 계정 · 전 고등학교 교사, 현 프리랜서✒️
2024/04/15
내가 그만둔다 그만둔다 말은 했어도 '진짜로' 그만둘 줄은 몰랐던 가까운 친구 중 한 명이
내가 사직원을 제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만나서 밥을 먹자고 했다.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다고.


공교롭게도 내가 학교에 사직원을 제출한 날
고 서이초 선생님의 자살 소식이 
세상에 알려졌고
내 지인들은 강남 서이초에서의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뉴스를 통해 알게된 지 며칠 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진짜로' '사직'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직을 결심한 건 2023년 4월 중이었으나
당시 휴직 중이었으므로, 휴직 기간이 끝나고
2023년 7월에야 최종적으로 사직원을 냈다.

사직을 하고 시간이 남아돌던 때 만났던 친구들, 지인들은
하나같이 내게 '그동안 고생많았다'고 이야기하며
'진짜로' 그만둘 줄은 몰랐다며, 그만큼 정말 힘들었을 거라며
위로하고 응원해주었다.

일반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던 친구는
진심으로 궁금해했다.
내가 진짜 사표를 제출하는 일을 실천에 옮기게 된 그간의 상세한 정황들을.

교원평가 성희롱 공론화에 대한
상부기관의 압박이 진짜 사직을 하는 데에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지만
단순히 그 이유로만 교직을 떠난 것이 아니기에
나는 그간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일해왔는지
어떤 스트레스들에 시달려왔는지
악성민원에 학교와 교육청은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는지
교사의 정치참여권은 어떤 식으로 제한되는지
7년의 세월 동안 어떤 업무들을 떠맡아 어떤 형태로 해왔는지
급여는 어떻게 받았고
고만고만한 복지포인트와 성과급은
어떻게 지급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회식'도 당연히 각자 사비를 각출해서 하고,
'교무실 간식'과 '생수'도 
당연하게 사비를 각출한 나날에 대해서도
자세히 들려주었다.


중앙 청사에서 일반 공무원으로 몇년 간 일해온 친구는 내 이야기를 모두 듣고 곰곰히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너, 블랙기업에 다녔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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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고등학교 교사(~2023. 8.) 교원평가 성희롱 사건을 공론화(2022.12.) 했습니다. 악성민원을 빌미로 한 교육청 감사실의 2차 가해(2023.4.)로 인해 사직원을 제출했습니다.(2023.9.1.~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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