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업좌득] 3. 좌파가 무시한 내집단 편향

이완
이완 인증된 계정 · 위기를 앞두고 혼자되지 않는 나라
2024/04/06
2022년 9월, 이민자에게 관대하던 스웨덴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9월에 열린 총선에서 반이민 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이 원내 제2당 자리를 차지했다.¹ 지난 수십 년 동안 스웨덴에서는 사회민주노동당과 온건당이 원내 제1, 제2당 자리를 주고받았다. 9월까지는 사회민주노동당이 원내 제1당으로서 좌파 연립 정부를 구성하고 있었다. 온건당은 제2당이었다. 그런데 9월 총선에서 온건당 자리를 민주당이 꿰차고 우파 연립 정부를 만드는 데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민주당은 복지국가를 지키기 위해 이민자와 난민 유입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게 기성 정치인을 불신하는 사람들에게 통한 듯하다.² 스웨덴 사람들의 관용이 슬슬 한계에 달하고 있는 걸까.

스웨덴 뿐만이 아니다. 다문화, 다민족 사회를 꿈꾸던 유럽 곳곳에서 반이민 정서가 힘을 키우고 있다. 2023년 네덜란드에서는 '자유당'이 민족주의와 반이슬람을 내걸고 원내 제1당 자리를 차지했다.³ 2022년 이탈리아에서도 극우세력인 '이탈리아 형제들'이 정권을 차지했다.⁴ 독일에서도 반이민, 반유럽연합을 내세우는 '독일을 위한 대안'이 지지율을 올리고 있고, 폴란드와 헝가리에서는 훨씬 전부터 반이민, 반자유주의 정당이 세력을 키우고 있었다.⁵ 올해에는 가장 글로벌하다는 영국조차 취업비자 조건을 강화할 계획이다.⁶ 인류 진보의 정점인 유럽은 이제 예전만큼 외지인을 환영하지 않는다.

유럽 상황이 이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이민자를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민자 없이는 더 이상 저출산 문제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좌파는 이미 우리가 다문화, 다민족 사회가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지방에는 다문화 학생 비율이 20%를 넘은 초등학교가 많기 때문이다.⁷ 이런 논의 흐름을 보면, 우리나라 좌파가 이민 개방을 너무 낭만적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무슬림이 서울 한복판에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구역을 만드는 걸 본 적도 없고, 시크교도 경찰이 제식 정모 대신 터번을 써도 되는지 논의해 본 적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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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이 되지 못한 지식중개상입니다. 사회연대를 연구하는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자입니다. 분별 없는 개인화와 각자도생 정신에 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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