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시위', 이제는 시위도 외주를?

장파덕 · 20대 청년 법조인
2024/05/15
 요즘 몇 년 사이에 이른바 '트럭 시위'가 집회, 시위의 방법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뉴스를 잘 보지 않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큰 전광판이 달린 대형 트럭의 전광판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적고, 그 트럭을 시위의 대상(예: 게임 회사, 연예기획사 등) 근처의 도로를 천천히 달리게 하여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요즘 '트럭 시위'라고 한다. 법적으로 말하자면 집회도 시위도 아니다. 집회란 여러 사람이 모이는 행위를 뜻하고, 시위는 집회를 전제로 위력이나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를 뜻한다(집시법 제2조 제2호). '트럭 시위'에서 사람은 트럭 운전사 1명 뿐이니, 집회도 시위도 아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이 '트럭 시위'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 트럭 전광판에 적힌 메시지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일 테다. 특히 Z세대를 비롯한 청년층들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대외적으로 전하고자 할 때 트럭시위가 많이 활용된다. 아이돌그룹 팬이나 게임 이용자들, 혹은 몇몇 대기업의 청년층 위주의 노동조합도 트럭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널리 알리고자 하였다. 트럭 시위가 언제부터 시위의 한 방법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일반적인 의미의 집회, 시위를 벌이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처음 등장한 게 아닌가 추측한다. 요즘은 심심치 않게 트럭시위를 하는 모습을 언론에서 접한다.
 어쩌면 '트럭 시위'는 Z세대가 주도로 도입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위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일반적인 시위에 비하여 '폐'를 끼치는 정도가 크지 않다. 전통적인 집회, 시위는 주변 보행자와 차량의 통행에 큰 방해를 주고, 거주민들에게 소음 피해를 주고, 때때로 주변 회사들의 업무를 방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트럭 시위는 딱히 보행자나 차량의 통행에 방해를 준다고 보기도 어렵고, 특별히 큰 소음을 발생시키지도 않는다. 그저 트럭에 전광판을 켜 놓고 주변 도로를 달리기만 하니 누군가의 업무를 방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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