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해적들은 어디로 갔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4/07/25

<킴스 비디오(Kim’s Video)>(2023)를 통해 살펴보는 해적질의 현재
영화 ‘킴스 비디오’ 스틸컷 ⓒ네이버 영화

<킴스 비디오>는 장르 상 다큐멘터리로 분류된다. 그러나 <킴스 비디오>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작품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며 ‘킴스 비디오’의 복원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건은 사전에 연출된 극적 사건이다. 동시에, 그것은 현실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이기도 하다. 따라서 ‘과거의 유령들’을 소환해 방치된 소장품을 해방하는 감독의 시도는 어딘가 아슬아슬함을 불러일으킨다. 자칫하면 실제로 도둑이 될 뻔했기 때문이다!

마치 ‘법 위에 선’ 듯한 감독의 시도는 과거에 해적판을 암암리에 유통했던 킴스 비디오의 운영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무엇이 이들을 위험한 행동으로 이끄는가? 아니, 무엇이 이들이 위험을 감수하게 만드는가? 이들을 향해 제기된 질문은 영화를 보면서 방향이 바뀐다.

실제 범행의 현장이 될 뻔했던 장면을 목격하는 관객은 감독과 미묘한 공범 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 중 누구도 ‘해적질’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무엇이 ‘우리’가 위험을 감수하게 하는가?

 

<킴스 비디오>라는 과거 복원 프로젝트


<킴스 비디오>는 실제로 1980년대에 뉴욕 이스트빌리지에서 운영되었던 비디오 대여점 킴스 비디오의 방대한 소장품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발하게 이용되지 않았던 80년대에 세계 각지의 영화를 구할 수 있었던 킴스 비디오는 뉴욕 영화광들의 성지였다. 그곳에 들어가면 “금광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거나 “이상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는 말로 그곳의 당대적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보고 싶은 영화를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당시의 영화광들에게 해적판은 구하기 어려운 영화를 때맞춰 접해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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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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