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못하는 알바 아줌마 ㅡ밥하기

이상미
이상미 · 작가, 강사
2024/04/27
예감이 안 좋았다. 압력밥솥에서 칙칙칙 소리가 안나고 손잡이 옅으로 물이 줄줄 새어 나왔다.

"아, 안 돼. 조금 있으면 손님들이 올거라고.!"

난 당황해서 어떡해만 하다가 불을 줄였다. 그러고는 금세 다른 일을 했다.

그제 아침에 6시쯤 공사장 인부님들이 3분, 혹은 7분이 오셨다. 갓지은 압력밥솥을 열면 안개같은 김이 웅숭깊은 향으로 몰려온다. 그 김을 쐬면 내게도 깊은 맛이 날까 싶어서 나는 얼굴을 들이댄다. 주걱으로 밥을 잘 섞었을. 때 윤이 반지르르 나면 기분이 좋다. 밥알이 쫀득탱탱하게 살아 있어서 마치 나는 밥 장인처럼 으쓱한 기분이 된다.

밥을 정성껏 퍼서 민근 공사장에서 새벽6시쯤 오신 6분 손님에게 드렸다.

'오늘 밥은 성공이야!'

스스로 뿌듯함을 만끽하고 있을 참이었다.

"밥이 설익었는데? 그치?"

"그러게. 좀 그렇네."

아, 쥐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었다.

마침 사장님도 오랜만에 일찍 나오신 날이다.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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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사람이며 책과 글을 매개로 하여 치유글쓰기, 그림책 스토리텔링강의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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