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영화는 ‘그날’을 어떻게 기억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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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9

10년간 영화는 ‘그날’을 어떻게 기억했는가

  •  송아름 l 영화평론가


<다이빙벨>(2014)에서 <너와 나>(2023)까지

잊는다는 것은 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서, 내 곁의 누군가의 일이 아니어서, 혹은 내 눈앞의 일이 먼저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벌어진 일을 어쩌겠느냐고 포기할 때 잊는 것은 가능하다. 그렇다. 나와 멀기에 알 수 없는 일로 치부할수록 어떤 일의 순위는 점점 밀려나고, 흔적은 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망각은 권력이다. 망각은 지워도 되는 것이나 기간을 함부로 설정하며, 누군가의 잊지 말라는 호소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 감히 선택할 기회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겪지 않았기에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그래서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해결되지 않은 일을 잊는다는 것은.
수학여행과 교복, 제주행과 바다 그리고 배. 이 이미지들은 굳이 몇 주기를 따져 이야기할 필요도 없이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한국사회의 트라우마가 됐다. 이는 그날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뿐 아니라 내가 나고 자란 나라의 무능을 확인한 것과 맞닿은 것이기도 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과정과 결과가 10여 년간 이어진 것은 이만큼이나 지났으니 해결됐을 것이라고, 이젠 굳이 찾아야 보일 만큼 노란 리본이 적어졌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게 했고 무엇도 해명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탈각시켰다.
이 혼란 속에서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잊지 않았다는 사실 뿐이다. 굳이, 지금, 왜라는 의문을 던지며 누군가의 호소를 내려다보지 않고 함께하겠다는 것, 그것으로 미뤄뒀던 일은 현재로 돌아올 수 있다. 10여 년간 2014년 4월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다수 제작된 것은 아마도 이런 결심을 바탕에 뒀을 것이다. 아니,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의 목격자가 돼버린 우리의 기억을 지속시킬 방법으로 영화가 선택됐는지도 모르겠다.
이 나라에서 무수한 참사를 겪었지만 이렇게까지 누군가의 고통을 함께 견뎌야 했던 일은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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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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