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라쇼몽: 중소기업의 경우(1)

김학준
김학준 인증된 계정 · 어쩌다 분석가
2023/11/22
2.중소기업

언젠가부터 대표님은 인턴들에게 나라장터를 모니터링하는 업무를 맡기셨다. 나라장터. 수많은 원한과 희열이 복마전을 이루는 곳.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제안요청서들이 올라오지만 용어 하나 통일되지 않은 검색자들의 지옥이자, 읽고 이해하는데만도 사나흘이 필요한 제안요청서와 문서만 떼는데도 1주일은 우습게 걸리는 각종 자격요건들의 카니발이 일어나는 곳. 

인턴에게 오직 나라장터만 보게 한 대표님의 심정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직전 인턴은 “데이터”만을 검색하는 바람에 우리 회사가 할만한 규모의 “데이타”사업을 놓친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저 친구 통계학 석사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니 그 전에, 우리 시드투자 받는거 아니었어??

그러고도 며칠쯤 후, 영업대표 겸 코파운더가 쾌재를 부르며 사무실에 들어왔다. 그동안 공들인 S급 기관 과장이 드디어 수의계약에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 기관의 수의계약 한도는 1500만원, 빠듯하나마 석달치 사무실 월세가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수의계약은 입찰과정이 없다. 다만 지정된 업체를 반드시 써야하는 이유를 명시하고 비교견적서를 떼오는 몇 가지 절차만 거치면 되기에 상대적으로 행정절차도 간단한 편이다. 그래서 우리같은 젊고 기술은 있지만 경험이 부족한 업체들은 수의계약을 선호하는데, 이번 수의계약이 중요한 이유는 이 사업 이후에 펼쳐질 본사업에 대한 PoC(proof of concept)성격의 사업이기에 본사업 입찰에서도 타사보다 높은 기술점수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되기 때문이었다.

곧바로 실무부서에서 계약처리를 위한 문서들을 요청했다. 사업수행계획서를 작성하고, 이 프로젝트에 투입될 멤버들의 인적사항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팀원들의 경력을 S기관의 기준대로 나열해보니 고급은 커녕 최선임이 겨우 중급이 ...
김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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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일베들의 시대 작가, 트위터 Paledot(@GheemHak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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