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분노를 정치화하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08/06
  • 클레망 프티장 | 소르본 대학 박사과정생



미국에서처럼 프랑스에서도 서민층은 선거를 신뢰하지 않으며, 정치판에서 배제돼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사회운동가들은 미국의 지식인인 솔 앨린스키가 고안한 ‘지역사회 조직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앨린스키는 이 조직화를 통해 지역사회가 겪어온 포기나 체념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게 했다.

2017년 11월의 어느 저녁, 100여 명의 사람들이 급진좌파정당 ‘라 프랑스 앵수미즈(LFI·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자가조직화(Auto-organisation)팀’에 초대받아 파리 동쪽에 있는 한 회의실에 모였다. 이날 워크숍 주제는 ‘앨린스키의 방법’이었다. 앨린스키는 ‘지역사회 조직화’를 이론화한 인물이다. 지역사회를 조직화하려는 운동은 미국에서 거의 80년 전에 나타났지만, 프랑스에선 잘 알려지지 않다. 윌리암 마티네와 레일라 차이비는 주민들이 “자신들과 직접 관련이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게끔 하는 시민의 자가조직화 방법”을 찬양했다. 차이비는 “지역사회 조직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모으는 힘이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앨린스키의 방법은 통한다”고 말했다.

지난 수십 년간 솔 앨린스키(1909~1972)에 대한 프랑스 내 관심은 계속 증가했다. 앨린스키의 주요 저서들이 번역되거나 재번역됐고, 여러 워크숍과 대학교재, 간행물에서 앨린스키에 대한 주제를 다뤘다.(1) 그르노블 시민연맹과 오베르빌리에 시민연맹, 빌팽트의 감옥 93(Zonzon 93) 협회, 경찰의 차별적 검문을 반대하는 ‘경찰 검문 반대 단체’ 등 앨린스키를 표방한 단체들이 생겨났다. ‘전진하는 공화국당(La République en marche)’ 역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17년 11월 ‘전진하는 공화국당(LREM,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여당)’은 미국의 렉스 폴슨 교수를 초빙해 당원들에게 지역사회 조직화의 장점을 설명했다.(2)

하지만 정치단체 중 명시적으로 앨린스키를 표방한 것은 ‘라 프랑스 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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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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