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편지 49] 봄을 초대해요

조은미
조은미 인증된 계정 · 읽고 쓰는 사람. 한강조합 공동대표
2024/02/29
이따금 봄이 찾아와
새로 햇빛을 받은 말들이
따뜻한 물속에 녹기 시작한 말들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아지랑이처럼
물오른 말이 다른 말을 부르고 있다
(나희덕 시 ‘이따금 봄이 찾아와’ 부분)
(샛숲지기들이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봄맞이 단장을 하고 있어요. C.강고운)
봄을 초대하기로 해요. 
우선 수선화와 튤립의 구근을 심어요. 제주도 바다의 너울과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좋아하는 수선화의 하늘거리는 몸짓을 초대하기로 해요. 서울숲의 호숫가에서 당신과 나란히 앉아 바라보던 노랑 빨강 튤립들의 소곤거림도 초대하기로 해요. 누구에게나 겨울은 좀 지치기도 하는 것이니까요.  

땅을 밀고 올라와서 생기를 내뿜고 저들끼리 깔깔거리며 웃곤 하는 꽃들을 보면 응달 속 잔설도 그만 마음을 풀고 녹아내릴 거예요. 반짝이며 아지랑이로 피어오를 거예요. 봄비가 내려 라일락 검은 뿌리들을 긴 잠에서 깨울 거예요. 당신은 다시 봄날의 라일락 그늘 아래를 걸으며 지나온 추억을 돌아보겠지요.
(봄이 다가오는 여의샛강생태공원 숲 C.김명숙)
봄은 이미 우리 곁으로 오고 있지만, 우리도 봄을 맞이하기로 해요. 봄의 잔잔한 걸음을 잊고 있을 때가 많았으니까요. 묵은 근심들을 걷어내듯이, 강가로 나가 쓰레기를 걷어 내요. 과거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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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생태를 가꾸고 강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일합니다. 읽고 쓰는 삶을 살며,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숲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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