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편지57] 봄소풍을 갔어요
2024/05/03
걸을 때마다 엄마가 싸준 도시락이 가방 속에서 달캉달캉 소리를 내요. 분홍 소시지와 노랑 단무지 물이 들어 알록달록해진 김밥과 눈깔사탕이, 과자 봉지와 삶은 계란, 음료수 같은 것들이 가방에 들어 있어요. 한참을 걸어 잘 자란 소나무들과 푸른 언덕이 있는 오름에 도착했어요. 나무 그늘 아래 가방을 부리고 몇 명씩 모여 앉아요. 소풍이 막 시작되는데, 벌써 허기가 느껴져요. 멀리서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요.
친구들의 장기자랑을 구경했어요. 그리고 도시락을 먹었죠. 포만감에 젖어 나무 그늘 아래 누웠어요. 부드러운 바람과 아이들의 목소리가 아득해요. 뭔가 얼굴을 살살 간지르는 게 있어요. 자주빛 할미꽃들이군요. 보리밭 이랑 사이, 종일 일하고 있을 허리 굽은 외할머니가 떠올랐어요.
보물찾기 시간에는 하나...
강의 생태를 가꾸고 강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일합니다. 읽고 쓰는 삶을 살며,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숲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봄소풍으로 @조은미 님과 찐한 데이트 시간을 함께한 중랑천은 아마도, 다음 데이트를 기다리며 설래는 마음으로 기억을 되새길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