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죽었다.

낭만의 역할 ·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2021/12/11
어느 날 갑자기 고등학교 때 다녔던 입시 학원의 같은 반 학생이 전화를 해왔다. 오랜만에 무슨 일인가 싶어 밝은 목소리로 받으니 고3 시절 학원 담임을 맡으셨던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말이었다. 장례식을 가니 학원생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대형 학원이니만큼 선생님을 따랐던 학생들이 많았다. 어른들의 대화도 이어졌다. 

“그래서 .. 은영씨(가명) 왜 이렇게 된 거예요?”
“과로사래요. 책상에서 엎드려 자다가 그만... 깨워도 일어나지 않더래요.” 

학원에서는 선생님의 죽음을 숨기기에 바빴다. 특히나 학생들이 바쁜 시즌에 선생님은 9시에 출근해서 밤 11시에 퇴근하는 삶을 반복했다. 휴일은 두 번이었지만 다 온전히 쉬지 못하는 휴일이었다. 그렇게 선생님은 세상을 떠났다. 아직도 다크서클이 가득 내려온 채로 사무실에 앉아있던 선생님의 모습이 생각이 날 때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그 후로 어쩌면 나는 적당히와 타협을 보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선생님의 죽음 이후로 나는 더 이상 내게  강제로 주어지는 의무 중 도저히 할 수 없는 것들을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게 되었다. 돈보다 중요한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은 바로 그 시점부터였다. 


과로를 주입하는 사회
성과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은 마치 개인에게 관대한 자유를 부여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실상 그 이면에서는 매우 확실한 목표를 제시한다. 그들이 더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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