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썰매장
아이 방학의 마지막 날, 남편이 휴가를 냈고 우리는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동네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차로 30분 거리의 얼음썰매장에 가기로 하고 큰 기대없이 출발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얼음썰매장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아이와 갈 만한 곳을 검색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입장료도 없다는 그 곳에서, 아무 준비도 없이(얼음 위에서 탈 썰매도 스케이트도.. 심지어 눈썰매용 썰매조차도;;) 가는 마당에 기대감을 가지고 가는 것이 더 이상할 수도 있었다. 널찍하고 반듯한 국도에서 벗어나 꼬불거리는 길에 들어서면서는 아이가 실망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아이가 처음으로 썰매장을 가는데 제대로(?) 된 곳을 데려갔어야 하나 하는 후회가 살짝 스칠 무렵, 썰매장으로 가는 구체적인 길을 알리는 단정하고 반듯한 안내문이 눈에 띄였다. 그리고 차가 썰매장을 향하는 좁은 길로 들어서자 멀직이 떨어진 곳에서 앉아 계시던 어르신 세 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언가 준비하시는 것이 차창밖으로 보였다.
나와 남편의 걱정은, 곧 미안함과 감사함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