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삼성 반도체 공장 생존기(2)
화재감시자 일을 하는데, 작업 중 원칙적으로 앉는 것은 허용되지 않아서 길게는 12시간에서 짧게는 8시간까지 꼬박 서서 일을 해야 했지만 육체적인 작업을 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금방 적응을 할 수 있었습니다(다리는 정말 겁나게 아픕니다).
화재감시자는 원칙적으로 작업을 하는 기술인(반도체 공장에서는 작업하는 작업자를 기술인이라 부릅니다)들을 도와줄 수 없고, 만약 기술인이 작업을 도와줄 것을 요구하거나 강요하면 해당 기술인이 페널티를 받는 것은 물론, 화재감시자가 작업을 도와주면 그 화재감시자 또한 페널티를 받게 됩니다. 이것은 관련 법규에 명시되어 있는 것이어서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가벼운 물건을 옮겨 주거나 도구를 집어 주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안되는 것입니다. 때로 현장에 들어 온 지 얼마 안 된 기술인이 사정을 잘 모르고 도움을 요청(실제로는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면 약간 난감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저에게도 이런 상황이 있었는데, 비계 작업을 하는 중 그 옆에서 화기 작업을 감시하고 있던 저에게 작업을 도와줄 것을 요구하자 해당 작업 팀장이 정색을 하면서 해당 기술인을 질책하고 저에게 사과하고 넘어갔던 적이 있을 정도로 엄격하게 지켜집니다.
화재감시자를 하면서 정말 힘들었던 것은 정신적인 스트레스입니다. 용접이나 그라인더 작업을 하는 장소에서 안전 관련 규정대로 다 되어있는지 확인하고 나서는 그 자리에 서서 작업장을 보면서(감시하면서) 서 있어야 합니다. 앉을 수도 없고 책을 볼 수도 없고 휴대전화를 보는 것은 말도 안 되고 주변 작업자나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눠서도 안 되고 그냥 계속 작업하는 곳을 보고(감시하고) 있어야 합니다. 작업 장소 주변에 있는 소화기를 다 닦고, 작업 내용을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대충 알아보고, 주변 청소를 좀 하고(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