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가마씸' '무사?'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2022/12/16
[파치 ; 비상품 제주 1] 소멸위기 제주어의 새로운 국면
이주민 P의 이야기
귀여운 제주어
처음 제주에 내려와 뚜벅이였던 2018년 겨울의 이야기다. 당시 제주도 동쪽 마을 한동리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고 있었는데,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야 하는 성읍민속마을까지 버스 여행을 나선 날이었다. 네이버 지도 기준으로 1시간 54분이나 걸리는 긴 여정이었지만 여행자였기에 그 정도는 감수할만하던 시절이었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당근밭과 오밀조밀 마을들, 저 멀리 펼쳐지는 바다의 수평선까지. 모든 풍경이 아름답고 새롭기만 했던 그날, 잊을 수 없는 한마디를 들었다. 목적지까지 한 번 환승을 해야 했기에 혹시라도 정류장을 지나칠까 싶어 문 쪽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정류장에 멈춰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그 익숙한 광경 속 기사님의 입에서 갑자기 낯선 말이 들려왔다.
“안가마씸!”
혹시 화가 나셨나, 싶은 정도로 격한 억양인데다 도대체 저게 무슨 말이지 싶어 한참을 생각했다. ‘안.가.마.씸..? 안 간다는 말 같긴 한데, 왜 마씸을 붙였을까?’ 나중에 알고 보니 제주어는 어미에 ‘마씸’을 붙이면 높임말이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기사님은 그날 정류장을 묻는 승객에게 화를 낸 것이 아니라 ‘안 갑니다’ 하고 정중하게 말씀하신 거였다. 참 귀여운(?) 높임말이다.
제주에 계속 살면서 우연한 기회로 제주어 노래를 배우기도 했는데, 그때 알게 된 제주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놈삐’다. 그냥 들어서는 무엇을 뜻하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놈삐는 바로, 무다. 먹...
파치는 '깨어지거나 흠이 나서 못 쓰게 된 물건'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제주에서는 비상품 농산물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파치는 기획자와 저널리스트 2인으로 구성됐습니다. 파치는 환상 속의 섬, 로망이 실현되는 공간, 아름다운 관광지로 여겨지는 상품 제주가 아닌 제주의 보편적인 일상을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