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와 물리적으로 거리 두기의 난감함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6/09
2021년 7월.

일주일 전에 친구들과 놀 때만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일주일 사이에 수도권내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거리 두기가 4단계로 진입했다. 사실 사회 곳곳에서 신호가 있었는데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서 상상을 못한 것이리라. 매일 확진자 상황을 체크하면서 세상 만사 걱정하고 살면 처참하게 피곤할 테니 무심하게 사는 게 정신적으로 낫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제 마음 한구석에서 모종의 대비는 하고 사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다. 갑작스러운 거리 두기 단계 상향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마음 편히 소통할 사람은 물론이고 소통하는 사람 자체가 원래 많지 않은 한량 프리랜서인데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그나마 만나는 사람도 극히 한정되어 일주일에 한 번 가까운 친구들 만나서 보드게임도 하고 잡담도 하고 노는 게 삶의 낙이자 궁극적 목적이 된 나로서는, 앞으로 적어도 2주는 집에서 살라는 말이 유배나 형벌에 가깝게 느껴졌다. 확진자는 여기저기 시설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거니까 일주일 내에 불씨가 사그라질 거라 믿기도 했다. 그러나 사그라진 것은 불씨가 아니라 희망이었다.

물론, 이 역시 과장이긴 하다. 세상이 좋아져서 일상적으로 쓰는 장비로도 화상통화 정도는 간단히 할 수 있고, 이미 올해 초에는 두 달 가량을 그렇게 온라인 모임만 하고 지냈다. 보드게임도 손쉽게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가 나와 있고, TRPG도 온라인 툴이 잘 마련되어 있다. 자동으로 처리되는 부분이 많은 만큼 실제로 만나서 실물을 갖고 노는 것보다 편하기도 하다. 카드를 섞고 기타 잡다한 구성품을 정돈하거나 점수를 계산할 필요도 없어서 모든 것이 일사천리다.

어제는 그렇게 오랜만에 온라인 모임을 하면서 보드게임도 하고, 잡담도 하고,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같이 보면서 신기하다는 둥 이상하다는 둥 깔깔대기도 했다. 대여섯 시간 그렇게 놀고 해산하니 답답하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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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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