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의 단상, 공동체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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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7
고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다. 그러나 고향을 떠나는 발걸음은 무겁다. 벌써 십여 년도 더 넘은 익숙한 일이지만, 고향을 떠나는 발걸음은 썩 달갑지 않다. 객지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만 가득해진다. 
   
고향에 내려가는 일이 한해에 많아야 4~5번이 전부이다 보니 친구나 지인을 만날 일이 거의 없다. 형성되는 인맥은 대게 직장과 관계되므로 지인의 범주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인이 ‘그냥 아는 사람’이 아니라 조금 더 깊은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그래서 객지 생활은 늘 외롭고,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요즘은 ‘동네’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하는데, 동네는 나와 이어진 여러 사람이 살아가는 곳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주민등록상 내가 소속된 곳임을 드러내는 지명에 불과하다. 직장을 찾아 낯선 도시에서 살아가다 보면 내가 살아가는 도시나 동네에 대한 애정이 그리 생기지 않는다. 언제 떠나도 미련 없는 곳이 될 따름이다. ‘이웃’이 존재하지 않다 보니 더욱 정이 생길 리 만무하다. 어디에도 소속될 수 없는 나는 늘 ‘이방인’의 마음을 느낀다.
   
올 귀성길은 유난히 힘들었다. ‘민족대이동’이란 말처럼 수많은 인파의 행렬이 이어졌고, 극심한 정체에 시달렸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올 추석 정체는 유난히 심했다. 집을 나선 것은 새벽 5시 30분 경이었지만, 무려 10시간을 운전한 끝에야 본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차들의 거북이걸음으로 휴게소에 진입하는 일마저 족히 20분은 걸렸다. 화장실은 사람들로 미어터졌으며, 식당조차 발을 디딜 틈이 없었다. 명절 정체를 겪은 이래 이토록 심한 정체는 처음이었다. 
   
명절마다 해외 여행객이 급증한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고향으로 향하는 인파가 그보다 더 많음을 실감했다. 그런데 이 또한 고작 한두 세대만 지나면 어떻게 될지 싶다.
   
"우리 대에 모든 게 끝난다."
   
어머니는 자주 이 말을 하곤 하시는데, 이 말의 속뜻은 어머니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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