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은 아니지만… 이들의 사랑은 ‘구청’ 앞에서 멈춘다 [우리가 가족이 아니라면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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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8
접수하지 않을 혼인신고서를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천정남(53)과 유승정(55) 부부는 손으로 정성껏 눌러 쓴 혼인신고서를 20년째 액자에 걸어뒀다.

“구청 접수용은 아니었고 그냥 우리 둘 사이에 서로 약속 같은 개념이었어요. 물론 저희가 혼인은 법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서로의 약속이었던 거고, 그래서 혼인신고서를 가져와서 작성하고 증인까지 서명해서 집에 보관하고 있는 용도였죠.”(천정남 인터뷰 2023. 6. 29.)

반면, 나낮잠(45)과 노유다(42) 부부는 구청에서 챙겨온 혼인신고서에 한 글자도 적지 않았다. 깨끗한 빈칸 그대로 보관 중이다.

“행정적으로 거절된 통지서를 이제 마음에 갖는 것보다 이게 수리된 상태에서 혼인신고를 하는 게 또 좋지 않을까 그런 고민들도 하고 있습니다.”(노유다 인터뷰 2023. 7. 4.)

이들은 모두 ‘성소수자’ 부부다. 정남과 승정은 어쩌면 평생을 함께할 남성과 법적 부부가 될 수 없지만, 둘만의 약속을 지킨다. 레즈비언 부부 낮잠과 유다는 마치 기념품처럼, 한 자도 적지 못한 서류 한 장을 간직했다.
“그냥 결혼이야.” 지난달 1일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2023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시민들. 사진 이은재 ⓒ셜록
동성혼은 불법일까? 아니다. 현행법상 동성혼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그런데도 성소수자들의 혼인신고가 수리되지 않는 이유는 ‘관행’ 때문이다. 동성혼이 금지된 건 아니지만, 허용하는 것도 아니라는 관행적인 처분을 하고 있다.

“전국에서 한 달에 한 번 이상 동성커플의 혼인신고가 접수된다. 이 접수도 작년 3월 이후에야 가능해졌다. 수리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관공서에 어려운 걸음을 하는 차별의 당사자들이 있다. 이 목소리에 이제 국회가 더 많은 논의와 숙의를 통해 응답할 때이다.”(류민희 혼인평등연대 집행위원, <가족구성권 3법 연속토론회 – 동성혼 법제화를 위한 혼인평등법(민법 개정안)의 의미와 과제> 토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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