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를 선사하는 악덕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05/21
  •  다니-로베르 뒤푸르 | 철학자

  • ▲ <세상은 당신이 싸우기에 좋은 곳>, 2011 - 순 위안 & 펑 유

    약 100년 전, 독일 출신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발표된 이후 자본주의는 금욕주의적, 엄숙주의적, 권위주의적이며 청교도적이고 검소한 것처럼 인식돼왔다. 그러나 영국의 의사이자 철학자였던 버나드 맨더빌(1670~1733)이 쓴 <꿀벌의 우화>를 읽으면, 그러한 인식이 자본주의에 대한 오해였음을 알 수 있다.

    버나드 맨더빌이 쓴 <꿀벌의 우화>는 처음에는 1705년 <투덜대는 벌집, 또는 정직해진 악당들>이라는 제목의 풍자시로 발표됐다. 이 글에서는 풍요로운 한 벌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 벌집 안에서는 모든 직업들이, 그리고 각종 악덕 역시 번영을 누리고 있었다. 특히 그런 번영의 원천 자체도 이 벌집의 벌들 모두가 각각 어느 정도는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벌들이 문득 죄의식에 사로잡혀 정직해지기로 결심을 했다. 그러자 그 즉시 남의 불행을 이용해왔던 (수많은) 경제 활동들이 사라지고 말았고, 결국은 벌집 전체가 몰락하기에 이르렀다.

    세상의 변혁에 기여한 악덕, 자본주의

    이 이야기에 담긴 메시지는 간결하다. 국민 모두의 행복을 이루려면 정직을 버리고 양심의 가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맨더빌은 스스로 “일종의 형편없는 운율로 적힌 단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던 이 풍자시를 이후 24년간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수십 편의 글로 발전시켰다. 그 결과 몇 권에 걸친 책 <꿀벌의 우화-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을 발표했고, 이것이 당대의 철학자 볼테르의 관심을 끈 덕분에 이내 프랑스에서도 번역본이 출간되기도 했다.(1) 맨더빌이 1705년에 발표했던 첫 번째 글에서부터 의도적이고 명백하게 “악덕”이라고 지칭했던 그런 원칙들은, 이후 1차 산업혁명을 맞으며 완전히 새로운 어떤 정신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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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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