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고 지워진 풍경들에 머문 시선

단야
단야 · 관찰자
2023/11/15
서울 <공예 박물관>

관찰은 취미이고 사색은 운명이다. 이틀 간 인사동과 북촌, 서촌 등지를 오가며 여러 공간과 풍경을 보았다. 그곳들은 내게 많은 질문을 던졌고 나는 그 물음을 곱씹으며 공간과 공간을 오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다른 데 있었다. 
경복궁 근처의 한 음식점
경복궁 근처 국밥집에서 밥 먹던 중이었다. 내 자리 옆에 자판기 하나가 있었다. 어제오늘의 여정을 곱씹고 있었는데 자판기 앞에 한 중년이 섰다. '고장'이라 써 붙여진 기기 앞에서 이를 쑤시며 버튼을 누르고, 위아래로 뜯어보고, 옆과 뒤를 훑어보는 그였다. '죄송합니다 고장'이라는 글자가 무색해지는 순간. 글자를 무시하는 남자와 위풍당당한 저 글자의 대립을 보고 있자니 문득 웃음이 나서 고개를 돌렸다. 바쁜 직원들은 그것을 보지 못했고 나만 그걸 봤는데 그냥 그 광경이 이상하고 또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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