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만 남은 러시아 대학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06/18
  • 에스텔 르브레스 l 특파원, 기자


소련의 자랑, 무상 고등교육

무상 고등교육은 러시아의 오랜 자부심이었다. 그러나, 30년 전부터 대학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오늘날 대학생들 간에 무상교육을 받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졌다. 우크라이나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1990년대 대학생들의 투쟁이 재현될까?

 
<학생들>, 2014 - 다니엘 피탱

9월 말, 러시아 우랄 지역 예카테린부르크는 공기가 차다. 0°C 에 가까운 기온 속에서, 햇살은 완연한 가을빛으로 반짝인다. 모스크바에서 500km 떨어진 이 곳 우랄 지역의 수도는 개강 분위기가 한창이다. 거대한 기둥이 늘어선 우랄연방대학(URFU)의 본관 정면 앞으로 평화로가 길게 뻗어있다. 본관 뒤쪽 기숙사 건물에는 활기가 넘친다.
콤소몰스카야로 70번지에 사는 20세 안팎의 학생이 얼마 전 URFU 학생회에서 8호 기숙사 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앞으로 26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5년 전 지은 이 기숙사에 입주한 약 1,200명 학생들의 편안한 생활을 위해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기숙사의 각 호실에는 2개의 방과 공용 부엌, 침실이 있으며 방마다 2~3개의 침대가 놓여있다. 월 기숙사비는 1,000루블(약 17.4유로, 한화 기준 약 2만 3,200원)이다.(1) 각 층에는 휴게실, 독서실, 세탁실 등 공용 편의시설이 있고 벽과 바닥은 깨끗하다. 소박하지만 필요한 것은 다 있다. 러시아 대학생의 기숙사 거주율은 약 10%로, 프랑스(약 12%)와 비슷하다.(2)
URFU 학생회는 목소리만 높이는 곳이 아니다. 이들은 학우들의 활기찬 대학생활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학생회 소속으로 급여를 받는 약 30명 학생들과 6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다양한 여가활동과 문화생활을 계획한다. 오이벡 파르토프 학생회장은 “워크숍, 공연, 컨퍼런스, 스포츠, 개강축제, 졸업식 등 매년 600여 건의 행사를 주관한다”라고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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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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