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상은 '일상적'입니까

범영
범영 · 계속 묻고자 합니다
2023/12/17
처음에 든 의문은 '어떻게'다
두번째로 든 의문은 '비단 ATM뿐일까'다


 이전 글의 소재를 제공해준 A언론사의 면접은 시원하게 떨어졌다. 아쉬웠지만 동자동에서 겪은 그 날, 그 하루, 그 시간 자체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았다.
    
 면접 결과가 나온 후 일주일은 더 지났던 11월 말, 한껏 추워진 날에는 어울리지 않는 여름 티와 서큘레이터를 정리했다. 그리고 동시에 지갑도 정리했다. 행여 내게 의미 있는 돈이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고이 두었던 8만원을 좀 착잡한 마음으로 봤다. A언론사는 귀중한 경험뿐 아니라 취재비와 면접비를 합쳐 무려 ‘8만원’을 남겨줬다. 높아지는 물가에 하루가 다르게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지만, 월급도 용돈도 없이 하루 벌고 하루 공부하는 취준생에게는 넙죽 감사하다고 소리치며 함박웃음 짓게 되는 수준의 돈.
   

이제는 진짜 넣어야 할 때네. 
   

 ‘요즘 시대에 누가 현금을 쓰냐?’ 복권 살 때 외에 현금을 쓴 적이 없는 나로서도 동의하는 말이다. 그러니 이 돈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ATM에 가야만 했다. 패딩 주머니에 돈을 쑤셔넣고 집 근처 S은행 ATM으로 향했다.
   
 아주 오랜만에 온 ATM 코너에는 예전과 다르게 사람이 없었다. 은행 창구 없이 ATM만 있는 지점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다들 스마트폰으로 척척 은행일을 보는 시대니 은행 옆에 붙은 ATM에서조차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어서오십시오. 시…”
   

 익숙한 안내음이 채 끝나기 전에 입금 버튼을 눌렀다가 잠깐 멈췄다. 취소를 누른 후,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가 다시 ATM앞으로 갔다. 예전보다는 좀 더 ‘인간’스러워진 그 안내음이 다시 나왔다.


 문득 꽤 오래전의 일이 떠올랐다.
   
SY작가님


*

   
가장 먼저 든 의문은, ‘어떻게’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나, 아버지가 내 손을 잡고 시장 입구에서 늘 사람들을 맞던 농협에 데려가셨다.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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