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이야기 1편 쪽방은 (정부의) 생각보다 아주 많다

박재용
박재용 인증된 계정 · 전업 작가입니다.
2023/01/27
러시아 소설가 톨스토이의 단편 중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가 있습니다. 주인공인 농부 바흠은 아주 싼 가격에 땅을 파는 유목민의 소문을 듣고 찾아가죠. 유목민의 거래 조건은 간단했습니다. 해가 떠서 질 때까지 걸어서 이동한 만큼의 땅을 단 돈 1000루블에 준다는 거죠. 단 해가 지기 전에 출발지로 돌아와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농부 바흠은 열심히 걸었는데 땅 욕심이 자기 생각보다 더 멀리 갔고, 해가 지기 전 출발지로 돌아오려고 무리해서 뜁니다. 마침내 해가 지기 직전 도착하긴 했지만 너무 무리한 나머지 죽어버립니다. 농부의 하인은 죽은 주인을 묻을 땅을 파기 시작하고 ‘농부가 차지할 수 있었던 땅은 그가 묻힌 3아르신(약 2미터) 크기만큼 이었다’라는 말로 작품은 끝납니다. 
   
소설 속 러시아의 농부는 죽어서 약 2미터의 무덤에 묻혔지만 2022년 대한민국에서 살아있는 사람이 그 정도의 면적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톨스토이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아래 그림은 서울역사박물관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쪽방 실측 스케치입니다. 대충 눈으로 살펴봐도 가로 2미터, 세로 6미터의 공간에 방 세 개가 있고, 재래식 변기와 수도, 좁은 통로가 있습니다. 방 한 칸과 세 가구가 같이 쓰는 재리식 변기 그리고 온수는 나오지 않는 수도 하나가 이들이 사는 쪽방을 구성합니다. 

방 한 칸의 길이는 2미터가 조금 되질 않고 넓이는 약 1.5미터로 면적은 대략 2.67제곱미터 정도입니다. 평수로 치면 약 0.8평 정도 될까요? 눕고 팔을 벌리면 사방의 벽에 머리가, 발끝이 손끝이 닿는 곳, 저 공간에 사람이 삽니다. 물론 쪽방이 모두 1평도 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쪽방 중에서도 조금 넓은 곳은 2평 정도 되기도 하지요. 자료에 따르면 쪽방의 평균 면적은 1.25평입니다. 
‘창신동;공간과 일상’ 2011년 421쪽 서울역사박물관 아카이브 번호 8804
...
박재용
박재용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과학과 사회가 만나는 곳, 과학과 인간이 만나는 곳에 대한 글을 주로 썼습니다. 지금은 과학과 함께 사회문제에 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글을 자주 쓰고 있습니다. 출간된 책으로는 '불평등한 선진국',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통계 이야기', '1.5도 생존을 위한 멈춤', '웰컴 투 사이언스 월드', '과학 VS 과학' 등 20여 종이 있습니다.
93
팔로워 660
팔로잉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