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중국과 헤어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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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3
 코로나, 제조 비용 그리고 지정학적 문제 때문에 애플은 중국 말고 다른 곳에서 생산과 판매를 늘리고 있다
출처: Unsplash
인도 첸나이와 벵갈루를 잇는 시끄럽고 먼지투성이인 도로변에, 간판 없는 큰 건물 세 채가 나란히 서 있다. 건물 내부는 조용하다. 여기는 바로 대만 제조업체 폭스콘이 운영하는 첨단 제조공장이다. 근처에는 차로 가면 금방인 거리에 대만 기술기업 페가트론이 세운 거대한 자체 공장도 있다. 핀란드의 전자기기 제조업체 살콤프도 멀지 않은 곳에 공장 하나를 세웠다. 더 서쪽으로 가면 인도의 재벌 그룹 타타가 운영하는 500에이커(약 200만 제곱미터) 규모의 대형 시설이 있다. 모두 경비가 철통같이 지키고 있다. 이들은 모두 같은 회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인도 현지에서 “과일 회사”라고 부르는 까다롭고 비밀스러운 미국회사, 바로 애플이다.

인도 남부에 애플 제품을 제조하는 공장이 급증하고 있다. 세계 최대 기술기업이라 할 수 있는 애플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걸 보여주는 풍경이다. 애플은 지난 20년 동안 매출은 70배, 주가는 600배 뛰었다. 현재 시가총액은 2조4000억 달러(약 3420조원). 이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부분적으로 애플이 중국 시장에 큰 도박을 걸어서 이긴 덕분이다. 애플은 현재 중국 현지 공장에서 자사 제품의 9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 공장에만 투자한 게 아니라, 소비시장 공략에도 투자했다. 지난 몇 년 동안은 애플의 중국 매출이 전체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경제적, 지정학적 변화가 몰아닥치면서 애플은 중국과의 결별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에서 등을 돌린다는 것은 애플에겐 큰 변화를 의미한다. 나아가 세계 경제에도 더 큰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상징한다.

애플 제품 뒷면에는 "디자인 바이 애플 인 캘리포니아(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라고 적혀있지만, 실제 제품은 브라질 아마조나스 주에서 중국 저장성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따라 올라오며 만들어진다. 공급망의 중심은 중국이다. 150여 개에 달하는 애플 협력사가 중국에서 생산시설을 운영한다. 2011년 애플 CEO가 된 팀 쿡. 그는 이전에 애플의 공급망 운영 방식을 개척한 장본인이었다. 그는 정기적으로 중국을 방문하며 중국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공을 들였다. 애플은 공산당이 제거하라는 앱은 지워주고, 중국 사용자들의 데이터도 정부가 접근할 수 있도록 중국 내 데이터 센터에 저장한다.

이런 관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고난의 행군 중이다. 10월 25일 알파벳(구글의 모회사)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실망스러운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메타는 2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했고, 그 여파로 주가가 20% 넘게 빠졌다. 애플은 본지 발행 전에 실적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삐걱거리는 중국 공급망에 중국 수요 감소로 실적이 악화될 수도 있다(27일 발표된 애플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지만, 아이폰 판매는 부진했다―역자 주).

팀 쿡은 2019년 이후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지금은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 중이다. 지난 5월에 그는 공상과학소설에 나올 것 같은 외관의 애플 본사를 찾은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를 만났다. 내년에는 인도에 첫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황금색 아이폰을 좋아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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