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의 식칼 위협까지… 나는 ‘최전방 방패’였다 [벼랑 끝의 요원들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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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4
이름과 나이는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세 명의 사회복무요원 청년이 있습니다. 이 셋은 모두 복무기관에서 민원인을 상대하는 업무를 수행했고, 그로 인해 우울증이 심해졌고, 마음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벼랑 끝의 요원들’ 3화에서는 세 명 중 마지막 청년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과거 사회복무요원일 때 받은 상처를 당사자로서 어떻게 기억하는지 기록한 박상혁 씨의 글입니다. <편집자 주>

2018년 3월, 나는 광주의 한 주민센터에 사회복무요원으로 배치됐다. 22살 때였다. 처음 마주한 사회복무요원 담당자는 직원 소개, 업무 설명에 이어 조언 겸 당부의 말을 건넸다.

”민원인에게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사회복지서비스를 받기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주민센터에 방문하는 민원인들이 많았다. 이들의 불만을 샀다간 문제가 커지기 쉬우니 요구사항을 되도록 들어주라는 뜻이다.

사회복무요원은 병역판정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고 보충역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사람이다. 과거에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불렸다.
나는 22살에 한 주민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기 시작했다. 자료사진 ⓒ박상혁 제공
내가 4급 판정을 받은 이유는 우울증 때문이었다. 2017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에서 병역판정검사를 받았다. 병무청에 제출한 진단서에는 ‘만성 우울장애’라는 병명이 적혀 있었다. 유년 시절 가정불화와 학교폭력으로 찾아온 우울증은 점차 증세가 나빠져 자살 충동, 무기력증, 공황, 환청 등 복합질환으로 발전했다.

”증상만 보면 5급(전시근로역)이에요. 그런데 진료기록이 적어서 4급(보충역)밖에 못 줘요. 어차피 더 진료받아도 5급 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데, 그냥 4급 받고 사회복무요원 하시는 게 어때요?

조용히 내 진단서를 읽던 직원은 위와 같이 권유했다.

5급은 사회에서의 의무복무도 불가능하다고 판단돼 민방위 훈련만 받는 전시근로역이다. 4급을 받아 일상생활조차 버거운 상태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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