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설악산 ‘산양’… 대한민국 법원은 내가 안 보입니까 [정의 비용 : 법원의 이상한 계산법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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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7
원고 ‘산양 1’이 재판정에 섰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케이블카 사업 허가를 무효로 해주십시오. 케이블카 사업은 제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공사 과정에서, 또 공사 후에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을 견딜 자신이 없습니다.”

뒤이어 원고 ‘산양 2’도 발언했다.

“인간들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싶어서 우리를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하고 보호한 것 아닙니까? 케이블카가 들어서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자신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산양들의 법정 투쟁.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가상의 상황이다. 2018년 제기된 실제 소송의 소장 내용을 재구성한 것. 실제로 ‘산양’을 원고로 내세운 소송이 있었다.
2018년 2월 문화재청을 상대로 “설악산을 지켜달라”는 취지로 제기된 소송에는 산양 28마리가 원고로 참여했다. 일러스트 신지현. ⓒ셜록

이 소송에는 사람도 원고로 참여했다. 생태학자 김산하다. 지금은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가 설립한 생명다양성재단에서 대표와 사무국장을 겸하고 있다. 그는 ‘산양 소송’을 하기 전엔 소송비용을 법원에 ‘담보’로 맡겨둘 수 있다는 걸 몰랐다.

법원이 재판이 열리기도 전에 소송비용부터 담보로 제공하도록 한 이유는 뭘까. 산양의 목소리에 대한민국 법원은 어떻게 답했을까.

“날씨가 좋으니 바깥에서 이야기 나눌까요?”

지난달 22일, 이화여대 종합과학관 연구실에서 만난 김산하 대표는 의자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향했다. 그는 인터뷰 장소로 직접 안내한 야외 벤치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고 했다. 풀과 낙엽이 정리돼 있어 인간이 보기엔 깔끔하지만, 생태적 관점에서는 작은 동물이 살아갈 서식지가 사라진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철저히 사람 중심으로 정리된 거예요.”

그가 뿔 달린 원고와 함께 소송에 나선 이유도 비슷하다. 설악산 생태가 오직 ‘사람만을’ 위해서 파괴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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