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도시의 풍경 7] 조용히 소멸 중인 학교

소요 ·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 연구소
2024/02/21
딱히 과거를 그리워하거나 학교에 애정이 있는 편이 아니라서 이따금씩 고향에 와도 학교에 가볼 생각은 안 해봤다. 학교 앞을 지나가면서 딸한테 여기가 엄마가 나온 학교야, 정도는 했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 그러니까 거의 40년만에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에 가보았다. 신작로(어렸을 때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되었는지 이렇게 불렀다)에 섰다. 여기에서 친구들을 만나서 같이 학교에 가곤 했다.
신작로라 불리던 횡단보도
학교 가는 길에 동방한의원은 나 어릴 때부터 있었는데 아직도 건재하다. 어릴 때 잔병치레가 좀 있었는데 집에서 가까운 동방한의원의 신세를 좀 졌었다. 원장님이 93세라고 하는데, 아직도 진료를 하고 침을 놓는다고 하니 '세상이 이런 일이'다. 가는 길에 반도낚시라는 가게도 규모만 커졌을 뿐 그대로다. 청풍호에 가는 길목이기도 하고, 주위에 자잘한 강이 많아 아직도 낚시가게가 되나보다.
93세 원장님이 살아있는 날까지 살아남을 동방한의원
어릴 땐 학교 가는 길이 그렇게 멀게 느껴졌는데 오늘 가보니 너무 싱거울 정도로 가까웠다. 시간을 재보지는 않았지만, 집에서 학교까지 딴짓 안 하고 걸으면 5분이면 도착할 듯 싶다. 학교 가기 싫어서 꾸물거리다가 지각도 많이 했었는데, 그랬던 내가 세월이 흘러 시간 약속 철저한 사람이 되어 있다.
폐가가 된 문방구, 그 시절엔 외상도 있었는데 다 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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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씁니다. 죽을 거 같아서 쓰고, 살기 위해 씁니다. 예전엔 딸을, 지금은 엄마를 돌봅니다.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을 연구합니다. 잘 사는 기술과 잘 죽는 기술을 개발하고, 어쩌다 지방소멸도시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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