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중간정산] 서울에 아파트가 이렇게나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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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mpman84 · 방송사에서 일하는 직장인
2024/05/16
 "저는 응암동에 살아요." (지금은 또 한번 이사를 해서 상암 근처에 산다)

 대체 응암동이 어디야, 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그렇다면 부연 설명에 들어간다. 3호선 불광역 아시죠, 구파발 갈 때 지나가는 불광 앞의 역이 녹번역이구요, 거기서 내려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돼요. 은평구예요, 은평구 응암동. 아 맞다, 그거, 감자탕 유명한 동네. 거기 들어보셨죠.

 은평구 지역에서 제법 오래 사셨던 분들은 내 대답을 듣고 다소 놀란 반응이다.

 "그 동네, 아무것도 없는 산동네인데? 네가 거기 산다고?"

 그분들께 현재 응암동의 모습을 알려드리고 나면 말 그대로 상전벽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리고 예전의 이 동네가 어떠했다는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옛날 옛적 이야기 같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신기하다. 이곳은 백련산 기슭 고지대에 오래된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그야말로 드라마 <서울의 달>에 나오던 달동네 같은 곳이었다고 한다. 그랬던 곳이 갑자기 재개발이 되면서 힐스테이트니 자이니 아이파크니 하는 거대한 아파트촌으로 변했다는 거다. 이 동네 토박이가 아닌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역사였다.

 몇 년 전 여기로 이사 왔을 때에도 여기저기에 아파트를 짓느라고 난리통이 벌어져 있었다. 거실 창 밖으로는 집 앞에서 매일같이 커다란 크레인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걸 봐야 했다. 그나마 늦은 밤이나 일요일에는 공사를 쉬는지라 살기에 그리 불편하진 않았다. 첫 만남 때는 철골 뼈대만 서 있던 것에 콘크리트 살이 덧씌워지고 한 층 두 층 차례로 키가 커지더니 어느샌가 아파트 한 채가 뚝딱 하고 만들어졌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이 동네에는 수많은 아파트들이 세워졌다. 거대한 규모의 아파트 대단지가 이뤄진 거다. 내 두 눈으로 직접 봤으면서도, 이게 꿈이야 생시야,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이제는 높은 아파트 지붕들이 시선을 가득 채우는 거실 창 밖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서울엔 이렇게나 아파트가 많은데 왜 다들 내 한 몸 편히 뉘일 집 한 채 가지는 게 그렇게나 어려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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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좀 더 즐거울 수 있을까 고민하는, 열정 따위 없는 룸펜이고 싶습니다. 먹고 살아야 해서 어느 지상파 방송사에서 10여년째 일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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