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기후와 수능 한파
2023/11/15
2006년 11월 16일,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수능 날은 무조건 춥다’라는 말만 듣고 시험장으로 갔었는데, 생각보다 덜 추웠다. 나중에 찾아보니 ‘아침 일찍 나오는 데다 긴장 때문에 더 춥게 느껴진다’고 한다.
과거 기상청 산하 국립전자기상연구소에서 밝혀낸 흥미로운 결과인데 정신적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는 사람의 뇌파에서는 평상시보다 약 30배에 가까운 강력한 세타(θ)파가 발생하게 된다고 한다. 이 강력한 세타(θ)파가 대기 중의 수증기 분자 운동에 영향을 미쳐서 분자 자체 발산 온도를 평균보다 30% 떨어트린다는 것이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스트레스가 높아질수록 기온이 급감해 수험생이 적은 인근 지역과 도심 지역의 온도 차를 발생시켜 강한 바람과 함께 시험한파를 나타내게 한다는 설명이다. - 맹소영 <마음이 만드는 ‘수능한파’> (경상일보, 2013.11.6.)
우리나라는 수능이 11월에 치러진다. 11월은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환절기로 날씨의 변화가 큰 시기다. (중략) (여러 차례 시험을 치르는 외국에 비해) 우리만 유독 하루에 수능을 끝내버리다 보니 인생에서 수능일 하루의 컨디션이 무척 중요해지고, 날씨에까지도 수험생이나 학부모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이 수능 한파란 말 속에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 송평인 <수능 한파> (동아일보, 2019.11.15.)
그런데 올해 11월은 날씨가 심각했다. 첫 주까지 덜 추워서 얇은 옷으로 충분했는데, 둘째 주부터 바람이 거세게 불고, 기온도 크게 떨어져서 순식간에 초겨울로 변해버렸다. 때마침 MBC 라디오 <이윤석, 신지의 싱글벙글쇼> 11월 1일과 6일의 여는 말에서 단서를 들을 수 있었다.
<11월 1일>
신지 : 11월 1일입니다. 11월하면 이미지가 어떻죠?
이윤석 : 11월의 이미지라... 날씨에 민감하기 때문에 '날이 스산하다', '옷깃을 세워도 바람이 파고든다', 요런 게 제일 크죠.
신지 : 그런데 올해는 좀 다릅니다. 자, 첫 번째 힌트는 단풍인데요, 민감한 사람들은 좀 느낀대요...
글쓰기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시집 '마음을 쓰다' 저자
비수도권에 거주하며 지역사회, 장애, 미디어 등에 관심을 가지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