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 방 이야기(2020.4)

장성려리
장성려리 · 사진가/르포라이터/프리랜서 기고노동자
2021/11/05
Mamiya RB67 + Kodak Ektar100 ©장성려리
태초에... 는 아니고 프랑스 대혁명으로 루이 16세와 귀족들의 목이 기요탱(단두대)에서 날아간 이후, 시토옝(citoyen) 그러니까 근대적 ‘시민’ 계급이 생겼습니다. 이 시민이란 존재들은 귀족의 영역이었던 정치에 직간접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고, 정치 밖에 영역에서 ‘구체제의 모순(ancien regime)’이 하나씩 일소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는 드디어 근대로 진입하게 된 것입니다.

근대가 시작된 이후,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시민들이 파리 한복판에서 부르주아 정부와 군대와 싸워 베르사유로 퇴각시키고 인민 정부를 발명한 1871년 3월의 ‘꼬뮈나르 사건’, 여성들이 참정권을 요구한 ‘서프레제트’, 성소수자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스톤월 항쟁’, 노동자 계급이 정치적 주체로 등장한 ‘소비에트 혁명’ 등이 대표적이겠네요. 그렇게 세계는 어떻게 근대성(modernity)을 만들어낼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고민... 이라고 쓰는 박터지는 싸움 속에서 조금씩 시민의 범위를 넓혀나가게 됩니다. “얘도 시민이고 쟤도 시민이야? 그럼 누가 시민이고 누가 시민이 아닌데?” 라는 싸움의 연속이었죠. 아, 안타깝게도 사실 이 싸움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세상에 달나라도 가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청소년, 노동자 같은 사회적 약자/소수자의 시민권에 대해  싸우고 있을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요?

서론이 길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텔레그램 n번 방’(이하 n번 방) 사건이 있습니다. 이 사건, 아니 ‘사건들’에 대해 쉽게이야기하기 어렵지만, 간단히 요약을 하자면 보안이 강력한 메신저인 텔레그램의 비밀 대화방 기능을 이용해  리벤지 포르노나 성착취물 등을 공유하거나 매매해 온 사건이었습니다. ‘n번 방 사건’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러한 리벤지 포르노/성착취물이 유통되는 텔레그램 대화방이 다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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