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남자로 늙고 싶다면 돌봄 노동을 하라! (2편)

배성민
배성민 · 부산일반노조 사무국장
2023/02/06

우연히 서한영교 작가의 <두 번째 페미니스트>라는 책을 읽었다. 책은 작가가 장애인 여성과 결혼하여 아이를 키우는 내용이다. 특히 남성으로서 돌봄 노동을 하는 것에 대한 경험이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작가는 돌봄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남성성과 우리 사회 여성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다시 알게 되었다고 했다.

돌봄이 “사회생활의 필수 원리”로 받아들여져 “돌봄에 대한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이 “공동체적 삶을 기획”하기 시작할 때, 돌봄은 ‘돌아보다’, ‘보다’, ‘돌아버리다’를 포함한 천 가지 지층을 가진 두꺼운 낱말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나는 이 낱말을 끝끝내 아끼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 <두 번째 페미니스트> p.163

책을 보고 한국 남성으로 어떻게 곱게 늙을 것인가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한국 남성들이 돌봄 노동과 정서 노동을 여성에게 미루지 말고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 페미니스트> 저자 서한영교 / 출처 여성신문
동아리 모임을 통해 정서 노동을 처음 하다

20살까지 한국 남성으로 살아가면서 타인의 의사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안전한 돌봄을 받았고, 학창 시절 공부에 대한 압박을 받지 않고 농구에 푹 빠져 있었고, 반항기 많았던 고3 시절 청소년 인권운동에 발을 들여놔 내가 생각하는 바를 실천했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하여 학생운동을 시작했다. 학생운동을 시작하면서 매일 고민을 했던 것은 내가 가진 생각을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을까였다. 고민하다가 1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인문학회 카르마’라는 책 토론 동아리를 만들었다        

동아리의 회장은 제안자인 내가 자연스럽게 되었다. 사실 2000년대 학생운동은 동아리 회장이 밑에 집행부를 구성할 정도의 전성기가 아니었다. 8~90년대 운동 사회에서는 총무는 여성이 맡고 남성이 회장을 맡는 경우가 많았다. 여성이 주로 정서 노동을 담당했다.

동기들끼리 만든 동아리에 회장의 역할은 동아리 일정과 관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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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힘: 신라대 청소노동자와 함께한114일>을 썼고, <성매매 안하는 남자들>공저에 참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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