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옥상 올라간 공고생… 교장은 은밀히 ‘자퇴’를 종용했다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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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3
바람이 차가워지는 이맘때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그날의 사건은 여전히 꿈에 등장해 날 고함치며 일어나게 만든다.

기간제를 끝내고 공업고등학교에서 정식 교사로 첫 담임을 맡은 그해 3월, 제자 김양훈(가명)을 만났다. 양훈이의 인사는 반 아이들과 달랐다.

“안녕~ 나는 수성구에서 왔어. 내 꿈은 서울 연세대학교에 입학하는 거야. 잘 지내보자.”

공고에 입학해 처음으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 아이들은 대개 어느 중학교에서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양훈이는 수성구를 강조했다. 대구광역시에서 수성구는 서울의 강남처럼 최고의 학군과 높은 집값을 자랑하는 곳이다.

양훈이는 ‘나는 다르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듯 했고, 교실의 아이들은 이런 의도를 금방 간파했다.

“수성구에서 전교 꼴찌를 해서 공고에 왔나보네!”
“연세대학교에 갈라믄 공고에는 왜 왔노. 공부 못해서 와 놓고 무슨 연대를 간다고 난리고.”

거친 피드백이 여과 없이 쏟아지자 양훈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자리로 돌아갔다. 뽀얀 피부에 동그란 얼굴, 다소 왜소한 체격의 양훈이 몸이 더 작게 보였다. 자리로 돌아간 양훈이는 그대로 책상에 엎드려 다른 아이들의 소개가 끝날 때까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자신을 “수성구 출신”이라고 소개한 양훈이는 고시생처럼 공부에 매진했다. 자료사진 ⓒpixabay
3월부터 5월까지, 양훈이는 마치 고시 공부하는 학생마냥 중간고사를 준비했다. 원하는 인문계고 진학에 실패하고 공고에 입학한 스스로 대한 분노를 해소하는 길은 공부밖에 없는 듯했다.

수성구의 비싼 아파트에 살고, 수성구 소재 학원에 다니며, 점심시간은 물론 쉬는 시간에도 공부에 매진하는 양훈이. 반 아이들은 중간고사 1등은 보나마나 양훈이라고 생각했다.

시험이 끝나고 성적이 발표됐다. 양훈이가 받은 결과는 참혹했다. 16등. 반 전체 학생 28명 중 중간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이들의 빈정거림은 만류와 단속을 뚫고 쏟아져 나왔다.

“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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