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로스쿨도 딥페이크 표적… ‘용의자 2호’의 등장 [범인은 서울대에 있다 4화]
2024/02/01
[지난 이야기] ‘딥페이크 성폭력’ 피해자가 된 장예진(가명) 씨. 경찰에 고소했지만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사는 금방 중지됐다. 홀로 범인 추적에 나선 장 씨, 서울대 같은 학과 출신 여성들이 비슷한 피해를 겪은 걸 알았다. “범인을 잡을 수 있겠다”는 희망은 친구 구태우(가명)의 조력으로 커졌다. 드디어 범인의 꼬투리를 잡은 장씨. 놀랍게도 첫 번째 용의자는 구태우였다….
꽤 먼 길을 왔지 싶었는데, 그 자리 그대로다.
‘디지털성폭력으로 나와 친구들을 괴롭힌 놈이 구태우라니….’
범인을 찾았으니, 속 시원하지 않냐고? 천만에. 물리적 공격을 당한 것처럼 온몸이 아팠다. 장예진(가명) 씨는 캄캄해진 눈을 비비고 다시 스마트폰을 들었다. 아이폰이 천근만근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내가 알아차렸다는 걸 구태우도 눈치 챈 걸까? 왜 내 메시지를 확인 안 하지?”
메시지 미확인을 뜻하는 숫자 ‘1’은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벌써 한 시간째다. 장 씨는 연속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바빠?”
“텔레그램 채팅 내역 전체를 나한테 보내달라고.”
“그게 그렇게 어려워?”
“구태우, 답 좀 해봐.”
“야… ㅠㅠ”
아무리 물어도 구태우는 답하지 않았다. 두 시간이 흘렀다. 대화창의 ‘1’은 사라지지 않았다. 세 시간, 네 시간이 지나도 역시 그대로. 장씨는 답답해서 울고 싶었고, 화가 치밀어 머리가 아팠다. 썩은 음식이라도 삼킨 듯 속이 뒤틀렸다.
‘구태우는 지금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포맷하며 증거를 인멸하는 건 아닐까….’
잡은 범인은 놓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눈앞에서 그려졌다. 흥분하지 말자고 다짐할수록 내면의 불길은 기세 좋게 번졌다. 구태우의 무응답은 열 시간을 넘겼다. 불길이 지나간 가슴에 하얀 재만 남은 듯했다. 구태우의 마지막 답변으로부터 15시간이 흘렀다. 밤 11시,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숫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