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남자로 늙고 싶다면 돌봄 노동을 하라!(1편)

배성민
배성민 · 부산일반노조 사무국장
2023/02/06
평생학습관 수업을 우연히 수강한 적이 있다. 평소 지역 사회 문제를 고민하다가 지역 문제 해결에 관한 강의가 개설되어 3개월간 들었다. 강연이 지역 정치적 문제와 결부되어 있어 은퇴한 고위 공무원, 전문직 등 지역에서 힘 좀 있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남성이 다른 강좌에 비해 많지 않냐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가부장제 사회 속에 남성이 고위 공무원과 전문직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나의 편견이라는 사실을 첫 수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수업 참가자가 20여 명이 되었는데 그중 남성 참가자는 2명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역에 권위 있는 분들보다는 평범한 주부들이 많았다.

여성 참가자에게 남성은 평생학습 수업에 왜 잘 참여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처음에 몇 번 오고 안 오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답했다. 남성들은 주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수업 분위기를 잘 적응하지 못하고 수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은퇴 후 남성들은 새로운 취미를 찾아서 평생학습 교육장으로 종종 등장하기만 쉽게 포기하고 있다.

한국 남성들의 삶을 추적해보면 여성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어본 경험이 드물다. 젊은 학창 시절 잠깐 성별 구분 없이 친구 관계를 맺는 경험을 할 뿐 노동시장으로 뛰어들면 집-회사와 같은 매우 사적이거나 업무적 관계로 한정된다. 그 외 한국 남성은 유흥업소를 통해 젊은 여성을 만날 뿐이다. 하지만 유흥업소에서 만나는 여성처럼 평생학습관 여성 참여자들을 대할 수 없어서 남자들은 나이 들어 여성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는데 서툴 수밖에 없다.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배움을 이어가며 자신의 새로운 능력을 발견하며 자신의 가치를 키운다. 하지만 노년의 한국 남성은 배움과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것을 두려워하고 스스로에 갇혀 남은 생을 쓸쓸하게 보내는 경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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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힘: 신라대 청소노동자와 함께한114일>을 썼고, <성매매 안하는 남자들>공저에 참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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